금융투자소득세가 도입되면 수백조 원의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이탈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금투세 시행으로 인적공제 혜택이 줄거나 건강보험료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국내 자본시장과 개인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정책 간담회’에 참석해 “코스피 시가총액이 2200조 원이고 코스닥 시가총액이 420조 원 규모라는 점을 고려하면 300조~500조 정도의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부동산 쏠림 가속화로 국내 부동산 가격이 오를 수 있으며 미국 주식 시장으로 달러가 유출돼 환율을 자극할 우려도 있다”며 “금투세 시행으로 걷을 수 있는 세수는 1조 3000억 원으로 예상되나 기업금융·시장·거시경제 영향은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투세는 금융투자상품에서 투자해 벌어들인 이익이 5000만 원을 넘을 때 부과하는 세금이다. 5000만 원 초과분에 20~25%의 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내년 1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지만 투자자 사이에선 “금투세 적용으로 국내 증시에도 자본이 유출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는 대주주가 아닌 이상 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데, 금투세가 도입되면 연간 5000만 원 넘게 수익을 본 투자자도 과세 대상자에 포함된다. 기획재정부의 2022년 추산에 따르면 금투세 도입 시 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을 내야 하는 사람은 1만 5000명(대주주 양도세 과세 대상)에서 15만 명으로 증가한다.
근로소득세 연말정산 금액이 줄거나 건보료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선명 한국세무사회 부회장은 “금투세가 시행되면 가족이 인적공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며 “이에 대한 보완이 없으면 금융투자소득이 소득으로 잡혀서 많은 근로소득자의 인적공제 혜택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준조세라는 건보료도 금투세가 도입되면 부과되는 문제가 있다”며 “건보료에 해당 내용을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금투세 시행으로 세후기대수익률이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며 “과세 회피를 위해 단기투자에 치중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원천징수 방식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유동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도 했다.
정부도 금투세 폐지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만희 기획재정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투자자들의 해외 주식 매수 금액은 2017년에서 2023년 사이 12배 증가했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금융소득에 대한 과중한 세 부담이 있는 상황에서 금투세 시행으로 국내 시장의 세금 관련 이점까지 사라진다면 투자자 이탈이 가속할 것”이라고 짚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는 “민주당은 금투세 논의를 늘 그래 왔다시피 1%대 99%의 갈라치기 논쟁으로 대응한다”며 “그러나 1%에 붙는 세금(금투세)이 99%의 자산 형성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는 점을 우리가 모두 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