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인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해 2월 이후 역대 최장인 13차례 연속 동결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 간담회에서 “내수 부진 가속의 위험이 있지만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 신호가 많다”며 금리를 동결한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이 총재를 비롯한 4명의 금통위원들은 ‘3개월 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금리 인하가 임박했다는 신호다.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4%로 하향 조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통화기금(IMF)이 전망한 2.5%보다도 낮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5%로 0.1%포인트 내렸다. 고금리 기조로 물가는 안정되고 있지만 그만큼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한 것이다.
경기를 되살리기 위한 손쉬운 해법은 금리 인하다. 문제는 치솟는 집값과 급증하는 가계부채다. 7월 서울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76% 올라 4년 7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대출을 끌어모아 집을 사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수요에 2분기 가계부채는 전 분기보다 13조 8000억 원 늘어 1900조 원에 육박했다. 섣불리 금리를 낮춰 이자 부담을 줄인다면 부동산 매입을 위한 대출 수요를 자극해 ‘집값 광풍’을 일으키고 부채발(發) 금융 불안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고금리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치면 경제를 침체의 늪에 빠뜨리게 된다. 게다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초읽기에 돌입하면서 금리 인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7월 의사록은 대다수 연준 위원들이 “9월 통화정책 완화가 적절하다”는 입장임을 확인했다.
기준금리 인하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금리에 손대기에 앞서 우리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떠오른 집값과 가계부채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그러려면 주택 공급 확대와 대출 규제 등 투기 수요 억제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을 해야 한다. 통화정책 방향 전환(피벗)이 외환·금융시장 불안을 초래하지 않도록 모니터링과 감독도 강화해야 한다. 경제의 복합 방정식을 풀 최적의 통화·재정·금융·부동산 정책 조합을 찾아내야 하는 한은과 정부의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