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패션 성장세 둔화에…명품 주얼리·시계, 청담으로 [똑똑!스마슈머]

소비 위축에 명품 브랜드 매출 줄자

주얼리·시계 하이엔드로 관심 돌려

청담 상권, 플래그십 스토어 등장에

2분기 공실률 19.1%→17.4% 줄어

청담동에 리뉴얼한 리차드밀 서울 부티크 외관. 사진제공=리차드밀청담동에 리뉴얼한 리차드밀 서울 부티크 외관. 사진제공=리차드밀




추성훈씨가 8억6000만원의 리차드밀 시계를 착용하고 있다. 출처=추성훈 인스타그램추성훈씨가 8억6000만원의 리차드밀 시계를 착용하고 있다. 출처=추성훈 인스타그램


배우 남궁민씨가 찬 5억원짜리 시계. 추성훈의 8억짜리 손목시계. 축구선수 황희찬 2억대 시계.



남자들 사이에서 ‘꿈의 시계’로 불리는 아이템이 있다. 바로 리차드밀 시계다. 이 시계는 어지간한 집 값과 맞먹는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에다 유행을 타지 않는 아이템 덕분에 일명 ‘오픈런’이 벌어지기도 한다. 리차드밀이 이달 초 청담동에 리뉴얼한 부티크 매장을 선보였다.

‘명품 거리’ 청담동 상권이 변화하고 있다. 이전에는 명품 패션 브랜드가 주를 이뤘다면, 이제는 점차 명품 주얼리·시계 매장이 둥지를 틀고 있다. 명품 브랜드가 고물가 시대에 소비 위축 직격탄을 맞으며 둔화된 성장세를 타개하기 위해 주얼리·시계 매장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이엔드 고객과 접점을 넓히겠다는 의도다.

24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스위스 하이엔드 시계 브랜드 리차드밀이 이달 초 서울 청담동에 새로운 콘셉트의 부티크를 열었다. 이 공간은 총 992㎡(약 300평) 규모로 지상 2층으로 구성됐다.

리차드밀은 지난 2017년 청담동에 단독 부티크를 선보였다. 그러나 이번에 확장해 이전했다. 건물 외관 전체를 꾸며 통일감을 줬고, 1층에는 3개의 시계 쇼케이스를 넣었다. 2층은 VIP 고객만의 특별한 공간으로 조성했다.

리차드밀 서울 부티크 1층. 사진제공=리차드밀리차드밀 서울 부티크 1층. 사진제공=리차드밀



리차드밀이 7년 만에 공간을 리뉴얼한 것은 하이엔드 고객들과 접점을 늘리기 위해서다. 청담 상권은 지난 2010년대 중반부터 루이비통, 디올, 샤넬, 팬디 등 해외 거장 건축가들이 설계하고 디자인한 대형 단독 매장(플래그십 스토어)이 들어서며 ‘명품 거리’를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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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팬데믹 기간 급성장했던 명품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며 청담 상권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럭셔리 브랜드 각 사의 실적을 종합하면 샤넬은 올해 상반기 면세점을 제외한 국내 유통 채널에서 전년 동기 대비 1% 줄어든 5142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백화점과 플래그십 매장, 아웃렛에서의 판매를 합한 수치다. 반기 기준 면세점을 뺀 전체 유통 채널에서 샤넬 매출이 역성장한 것은 국내 법인이 설립된 1991년 이후 30여 년 만에 이번이 처음었다.



국내 명품 ‘빅5’로 꼽히는 루이비통(3%), 샤넬(-1%), 크리스챤디올(2%), 구찌(-24%) 등도 매출이 부진했다. 구찌는 국내 대부분 매장에서 동시에 판매가 감소했고, 생로랑(-2%)과 보테가베네타(-2%), 발렌시아가(-2%) 등도 면세점을 제외한 국내 매장에서 일제히 실적이 줄었다.

이에 명품 업계에서는 주얼리와 시계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명품 시장이 성숙해짐에 따라 가방, 의류 등 하이패션에서 한 단계 나아간 고가의 주얼리, 시계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옮겨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시장에서 하이엔드 주얼리 매출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불가리는 올 상반기 1825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전년 동기(1447억원) 대비 26% 증가했고, 부쉐론(28%), 샤넬 주얼리(22%) 등도 매출이 늘었다.

청담에 오픈한 오데마 피게 AP하우스. 사진제공=오데마 피게청담에 오픈한 오데마 피게 AP하우스. 사진제공=오데마 피게


지난 2022년 프랑스 하이주얼리 메종 반클리프아펠이 문을 열고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데 이어 이달에는 세계 최고가 시계 브랜드 중 하나인 스위스 오데마 피게가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 AP하우스를 오픈했다. 최고가 브랜드 중 하나인 바쉐론 콘스탄틴도 청담동에 진출할 예정이고, 세계 최대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앤코도 국내 최초의 단독 매장을 열 계획이다. 티파니 매장은 일본 긴자 스토어의 층면적 두 배 규모로 선보일 전망이다.

이에 청담 상권 공실률도 점차 줄고 있는 추세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청담 상권 공실률은 지난 1분기 19.1%에서 2분기에는 17.4%로 1.7%포인트 하락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관계자는 “로에베가 매장을 열고 셀린느가 오픈을 준비 중인 것을 고려하면 내년까지 청담 상권의 공실률은 추가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청담은 패션을 넘어 주얼리, 시계 등 다양한 부문의 럭셔리 브랜드들이 어우러진 허브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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