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성(性) 역할에 따라 지지 후보가 갈리는 ‘젠더 대결’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전 세대에 걸쳐 여성은 민주당, 남성은 공화당 선호도가 높은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열광하는 젊은 여성이 많아지면서 30세 미만 Z세대의 성별 격차가 여느 때보다 커졌다.
24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시에나대의 최신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6개 경합 주(애리조나·조지아·미시간·네바다·펜실베이니아·위스콘신)의 유권자 중 만 18~29세 남성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13%포인트 더 선호한 반면 같은 연령대 여성은 해리스 민주당 후보를 38%포인트 더 지지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조 바이든 대통령이던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실시한 네 차례 여론조사에서도 Z세대 남성은 트럼프를 평균 11%포인트 더 지지했다. 다만 젊은 여성들의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평균 28%포인트 높은 데 그쳤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해리스로 바뀌면서 젊은 여성들의 지지가 크게 늘었고 젊은 세대의 지지 격차가 39%포인트에서 51%포인트로 더 벌어진 셈이다. 다른 세대의 성별 격차가 25~33%포인트 수준인 것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다.
NYT는 “Z세대 여성은 다른 어떤 미국인 집단보다 격렬하게 진보적”이라며 “트럼프를 거부하지만 바이든도 원하지 않았던 젊은 여성들이 해리스의 등장에 환호했다”는 점을 짚었다. 낙태 권리를 우선하고 기후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 여성이자 유색인종이라는 ‘유리 천장’을 뚫고 꼭대기에 오른 ‘멋진 여성’ 해리스가 젊은 여성들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의 데이터 저널리스트 사라 펠드먼은 “전체적으로 보면 미미한 변화일 수 있지만 매우 접전인 선거에서는 이런 작은 변동이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급변하는 성 역할로 인해 사회·경제적으로 뒤처지고 있다고 느끼는 젊은 남성들은 트럼프를 ‘남성성의 옹호자’로 추앙하는 모습이다. 특히 트럼프의 메시지는 대학 학위가 없는 젊은 남성과 유색인종 청년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들 청년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으며 과거보다 ‘남자’가 되기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하고 있다. 40년 동안 소년과 남성을 연구해온 뉴욕대 발달심리학 교수 니오베 웨이는 “페미니스트들은 여성들이 똑똑하다고 말하기 위해 남성들은 문제가 많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며 “반면 트럼프는 젊은 남성들에게 ‘나는 당신의 가치와 남성성을 보고 있다’고 분명히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에서 ‘무시당하는’ 젊은 남성들이 트럼프의 마초적 태도 그 자체에 열광한다는 분석도 있다. 선거전략가인 크리스틴 매튜스는 트럼프와 그의 러닝 메이트 JD 밴스가 가부장적 가치와 자녀를 양육하는 여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일종의 “테스토스테론(남성 호르몬) 티켓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들의 정당을 남성적이고 근육질의 노동 계급이며 픽업 트럭을 모는 ‘메이드 인 USA 정당’으로 승격시키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우파가 전통적인 남성성을 수용한 반면 좌파는 이를 기피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민주당이 젊은 남성의 지지를 빼앗긴 원인으로 거론된다. 우파 성향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의 대니얼 콕스는 민주당 웹사이트의 ‘우리가 봉사하는 대상’ 목록에는 ‘여성’을 포함한 16개 인구통계학적 그룹이 나열돼 있지만 남성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