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 공급 촉진을 위해 서울과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후보지로 떠오른 상당수 그린벨트 토지가 기획부동산의 지분 쪼개기에 잠식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 인해 토지 보유자가 급격히 증가해 보상 절차가 지연될 수밖에 없어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 활성화 계획에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2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감소세를 보이던 서울 내 그린벨트 토지 거래가 올 초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 금액으로 보면 2022년 전체 1150억 원을 기록한 후 2023년 840억 원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그린벨트 토지 거래 금액은 889억 원을 기록해 이미 지난해 전체 거래 금액을 추월했다.
그린벨트 토지 거래 방식의 상당수는 기획부동산의 토지 매매 형태인 ‘지분 쪼개기’로 이뤄졌다. 올해 거래된 서울시 167건의 그린벨트 토지 거래 중 125건이 지분 쪼개기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분 쪼개기 방식은 전형적인 기획부동산 업체의 수법으로, 기획부동산 업체가 매입한 토지를 쪼개 수십 명에게 웃돈을 얹어 되파는 방식이다.
올해 그린벨트 토지 거래가 되살아난 것은 4월 총선 과정에서 여권이 그린벨트 해제 기조를 밝히면서 투기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2월 울산 민생 토론회에서 그린벨트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도 “그린벨트 규제 혁신이 지역 경제 활성화와 국토균형발전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그린벨트 해제를 요구했다. 이에 더해 3월부터 서울 집값이 상승하면서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 확대 방안이 거론되기 시작하자 그린벨트 거래량은 급증했다. 서울의 경우 1월 7건에 그쳤던 그린벨트 거래 건수는 총선과 집값 상승기를 거치며 △5월 51건 △6월 31건 △7월 67건으로 늘어났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여권에서 그린벨트 규제 완화 기조를 발표한 후 공급 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투기 수요가 그린벨트로 급격하게 몰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린벨트에 투기 세력이 유입되면서 토지 수용 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한 필지에 수십 명의 지분 보유자들과 토지 보상 협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3기 신도시 역시 그린벨트 해제 후 토지 수용 과정에서 헐값 보상이라고 반발한 토지 소유주들로 인해 토지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