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가파른 주담대 증가세…당국 "추가 개입 필요성 느낀다"

李 "은행, 금리 인상 잘못"

5대 은행 주담대, 이달 6.1조↑

DSR 규제 강화에도… 추가 대책 검토

LTV 비율 인하 '만지작'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뉴스1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뉴스1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금융 당국이 전방위적 개입을 예고했다. 금융 당국은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해 주담대 대출 비중 관리, 갭 투자용 대출 심사 강화를 비롯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주택담보인정비율(LTV) 강화 등 모든 방안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5일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은행이 (대출) 물량 등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대신 금액(금리)을 올리는 건 잘못된 것”이라며 “1금융권 금리가 2금융권보다 높아지는 왜곡 현상이 나타나고 실수요자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어 부동산 관련해 개입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은행권이 수차례 금리를 인상했지만, 가계 대출은 여전히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이달 22일 기준 주담대 잔액은 지난달 말 559조 7501억 원보다 6조 1456억 원 증가했다. 현재 흐름대로라면 월별 기준 사상 최고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가계부채 중 상당 부분이 부동산 특히 수도권 인근의 부동산 구입 목적 자금으로 흘러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최근 1~2개월 사이의 증가세는 내부 관리 목표 범위 상단을 넘어선 것이 맞다”고 말했다.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하는 것은 서울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거래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셋째 주(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28% 오르면서 22주 연속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도 매물 부족에 따른 영향으로 66주 연속 올랐다. 서울 전셋값은 지난주 0.19%에서 이번 주 0.20%로 상승 폭도 확대됐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매매가 늘면서 전국에서 매매된 아파트 중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2월 이후 처음으로 50%를 넘어서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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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금리 인하 시점 역시 부동산 시장 상황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섣불리 금리 인하에 나섰다가 주담대 수요가 몰려 집값을 더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달 22일 전원 일치 의견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40회 넘게 ‘부동산’을 언급하며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우려를 표현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한은이 유동성을 과잉 공급함으로써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부동산 리스크를 꼬집었다.

금융 당국은 우선 9월부터 시행되는 2단계 스트레스 DSR 이후 추이에 따라 가계부채 조절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만약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다면 전방위적 규제 강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우선 DSR 적용 범위를 전세자금대출 등으로 확대하고 현재 40%를 넘지 못하도록 돼 있는 DSR 한도 자체를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LTV 비율을 낮추는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LTV가 50%에서 30%로 낮아질 경우 10억 원의 아파트를 구매할 때 빌릴 수 있는 돈은 최대 5억 원에서 3억 원으로 줄어든다. 지금은 차주가 높은 이자를 지불하면서 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면 LTV 비율을 하향 조정하는 경우 받을 수 있는 대출 총량이 감소하는 것이다.

강력한 가계부채 관리 수단 중 하나로 꼽히는 대출 총량 규제도 거론된다. 이 원장은 “최근 한두 달 사이의 증가세가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서 추가적인 시장 개입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며 “부동산 시장에 적절한 수준의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DSR 규제 하나만으로는 될 수 없고 9월 이후에도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기 위해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규제가 투기 목적이 아닌 실수요자를 외면한 일방적인 조처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까지 발표된 2단계 스트레스 DSR에는 무주택자·1주택자를 위한 별도의 예외 조항은 없다. 서진형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은 “부동산 수요 억제책으로 가장 효과적인 게 대출 규제 정책이다”면서도 “무주택자나 갈아타기 수요가 있는 1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다소 완화해서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실수요자를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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