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소개했던 ‘사계절 기억책’ 기억하십니까. 읽는 내내 푸릇푸릇한 숲을 만끽하는 기분을 들게 해줬던 최원형 작가님의 책인데, 최 작가님이 이번에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생태 감수성 수업>이라는 신간을 내셨습니다. 책을 펼치기 전 가장 기대됐던 대목은 작가님이 직접 그리시는 그림들…그리고 작가님은 에디터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셨습니다.
“버섯과 비의 관계를 알수록 이 세상이 빈틈없는 관계의 연속이고 곧 기적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얼마나 흡족한 진리인가요. 문득 내가 세상에 보답해야 할 선물은 무엇일지 찾게 됩니다. 나와 지구 공동의 집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이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걸 알면 알수록 내가 곧 하늘소이고 딱따구리이고 큰고니라는 걸 깨닫습니다. 내가 굴참나무이고 뱁밥의 홀씨였더라고요.” -작가 서문
책의 컨셉트부터 볼까요. 각 장에서 작가님은 우리가 한번쯤 궁금해 보았을 만한, 혹은 보자마자 “어 그러게?”싶은 질문을 던집니다. ‘겨울철 깃털만 입고 있는 새들은 춥지 않을까?’ ‘고라니는 왜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까?’ ‘왜 씨앗을 손가락 두 마디 깊이로 심어야 할까?’처럼 말입니다. 궁금하니까 열심히 답을 찾아 읽어나가게 되고요. 그러다 보면 전혀 몰랐던 자연의 세계로 빠져들게 됩니다.
그렇게 에디터는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아대면서 어지럽지 않은 이유, 참새 둥지 찾는 법, 벌집 모양과 눈송이와 뱁밥의 홀씨주머니 이삭이 전부 육각형인 이유, 도시에서 보이기 시작한 수달을 보호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1973년 진해 국립양어장이 200마리를 수입, 한 때 31만 마리까지 늘었던 황소개구리의 근황도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계속 살아가고 있었을 뿐인데, 어느날 갑자기 인간에게 자리를 빼앗긴 생명들의 처지도 들여다보게 됐습니다. 무심하게 지나쳤던 이끼가 사실은 탄소 흡수에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읽다 보면 자연 앞에서 좀더 겸손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번 <사계절 기억책>과 마찬가지로, 건조한 사무실에서 상쾌한 자연으로 다이빙하는 느낌으로 아껴가며 읽었습니다. 자연이 궁금한 청소년, 성인 모두에게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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