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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명령 불복종, 전시엔 ‘즉결처형’ 할 수 있다?[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6·25전쟁 중 일시적 ‘즉결처분권’ 부여

전시 즉결처분 가능하다…잘못된 상식

비상계엄령 범죄도 ‘단심제’ 재판 보장

공개 총살의 현장을 목격한 탈북자가 그린 그림. 사진 제공=도쿄신문 캡처공개 총살의 현장을 목격한 탈북자가 그린 그림. 사진 제공=도쿄신문 캡처




2년이 넘는 장기전으로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중에 러시아군 소속 러시아 용병기업 와그너그 용병들 일부가 즉결처형되고 있다는 소식이 외신들을 통해 전해져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즉결처형 이유는 전쟁 중인데 러시아군 지휘관의 명령을 용병들이 따르지 않았기 때문으로, 명령 불복종을 적용해 즉결처형인 총살을 자행했다.



비슷한 상황이 한반도에서 벌어진 6·25 전쟁에서도 있었다. 풍기영주 전투가 이뤄진 1950년 7월 17일에 국군 8사단 21연대 1대대장 윤태현 소령이 명령 불복종으로 즉결처분(처형)을 받았다. 남하하는 북한군 8사단과 12사단을 막기 위해 당시 국군 8사단은 경북 풍기~영주~안동 일대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전투를 벌였는데, 북한군이 야습을 하자 윤 소령이 무단으로 조급한 철수 명령을 내렸다는 이유로 당시 21연대장 김용배 중령이 군사재판 없이 총살을 명령했다.

평시에 군인은 군법을 어기는 형사 사건에 대해 군사재판을 받아 재판 결과에 따라 처벌을 받는다. 그렇다면 전시에는 명령 불복종을 즉결처형 할 수 있는 것일까.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명령 불복종과 관련한 논란이 일었다. 당시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이 “즉결처분은 군법회의를 포함하는 것”이라며 “전시에는 재판없이 죽일 수 있다”고 발언했다.

즉결처분은 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신속하게 제재를 가하는 의미한다. 한발 더 나아가 죽이거나 죽이는 것과 다름없는 경우를 ‘즉결처형’이라고 지칭하는데, 김 위원장의 발언은 전시 때 즉결처분은 즉결처형에 해당돼 군법을 위반하면 재판없이도 총살이 가능하다고 주장해 야당의 질타를 받았다.

사실 대부분의 드라마와 영화를 보면 전시에 상관의 명령 불복종시 즉결처형이 가능한 것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정말 그럴까.

전시 발생한 범죄도 무조건 군사재판


결론부터 얘기하면, 징병제 국가인 대한민국에선 전시에 즉결처분이 가능하다 주장은 잘못된 상식이다. 한국에서는 전시든 평시든 군법상 즉결처분은 살인에 해당돼, 살인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 중범죄다. 따라서 이러한 행위를 하려는 상관을 살해하면 상관 살해로 처벌하지 않고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 군의 즉결처분은 6·25전쟁 중에 육군본분 훈령으로 처음 만들어졌다. 전쟁 초기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장병들의 항명과 사기 저하로 무질서한 도주와 프래깅(아군에 의한 고의적 살인) 등을 막기 위한 조치다. 당시 육군본부 총참모장 소장 정일권은 육본 훈령 제12호를 통해 “명령 없이 전장 이탈할 시의 즉결처분권을 분대장급 이상에게 1950년 7월26일 0시부터 부여한다”고 하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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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령은 상급부대의 단순한 지휘명령이다. 이 훈령은 1948년 7월5일 공포된 국방경비법과 1948년 11월30일 공포된 국군조직법 등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조치였다. 전시에 즉결처분은 총살을 의미한다. 이런 탓에 당시 즉결처분권은 군법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장교들의 즉결처분 속출로 부작용이 커지면서 육군본부에서는 육훈 제179호를 내려 무분별한 즉결처분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훈령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고, 결국 육훈 제191호를 하달해 즉결처분권을 1951년 7월 10일부로 폐지했다.

안타깝게도 20일도 채 안돼 7월 24일 육군본부는 휴전선 인근 방어선의 군기확립을 목적으로 즉결처분권을 부활시켰다. 다만 부활한 즉결처분권은 중대장급 이상 지휘관의 허가 없이는 처형이 불가능하도록 했다. 결국 즉결처분권은 휴전이 된 직후에야 사라졌다.

군사법원→서울고법→대법원 ‘3심제’


현재는 군형법에서 규정하는 군인 및 군무원이 범죄(형사 사건)를 저지를 때 전시든 평시든 군대 내에 설치된 군사법원에서 범죄에 대한 유죄 및 무죄의 여부와 형량을 선고를 하는 군사재판을 무조건 받아야 한다. 재판도 법원의 판단을 3번 받을 수 있게 일반군사법원, 서울고등법원, 대법원을 거쳐 최종 판결하는 3심제가 적용되고 있다.

다만 비상계엄령에 따른 군사재판은 군인·군무원의 범죄 등에 한해 단심으로 할 수 있다. 물론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도록 했다. 군형법에서 군인이란 현역에 복무하는 장교, 준사관, 부사관 및 병(兵)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 피소된 군인이 입대하기 전에 발생한 사건, 군인이 저지른 성범죄, 군인 사망 등의 원인이 되는 사건은 민간 경찰 및 민간법원에서 관할한다. 군사법원은 국방부장관 소속으로 하며 중앙지역군사법원(국방부 등 서울권 부대·해외파병부대 관할)·제1지역군사법원(충청권·호남권·제주도 관할)·제2지역군사법원(경기도 남부·서부 전방·동부 전방 관할)·제3지역군사법원(강원도 전방·남부·영동지역 관할) 및 제4지역군사법원(대구경북·부산·울산·경남 관할)으로 구분해 설치하고 있다.

군사재판에는 일반재판과 다른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형량감형권이라는 제도로 군단장급 이상 장교가 1심 재판의 판결결과에 대해 소속 부대원들의 형량을 자의적으로 감형해줄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지속적인 폐지 요구가 있지만 군은 특수성을 내세워 계속적 이를 묵살하고 있다.

다음으로 군사법원의 ‘군판사’와 ‘군검사’는 현역 군인 신분인 군법무관으로 판사였다가 검사가 되기도 한다. 군판사는 사법부 소속이 아닌 참모총장이 임명하는 국방부 소속이고, 군검사 역시 검찰청이나 공수처 소속이 아닌 참모총장이 임명하는 국방부 소속이다. 이들은 군 생활의 일환이고 임명권자인 참모총장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위치라, 신분이 보장되는 일반적인 판사와 검사와 성격이 달라 공정성에 대해 꾸준히 의심 받고 있다.



이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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