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학생에 교사, 군인까지…여성들 일상에 침투한 ‘딥페이크’ 공포

텔레그램 대화방서 지인 얼굴에 음란물 제작·유포

각 대화방마다 수천서 십수만 명 참여해 성희롱

대화 참여 위해 여성 신상 공유·능욕 메시지 전송해야

경찰청 “지난 7월 말까지 서울서만 청소년 10명 입건”

사진=‘텔레메트리오’ 캡처사진=‘텔레메트리오’ 캡처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 내에서 성행하는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음란 영상물 제작·유포 범죄에 따른 공포심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운영자가 검거된 서울대·인하대를 포함한 대학가와 중·고등학교, 군대에서도 유사한 종류의 대화방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성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해 편집한 허위 영상물을 제작하고 유포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 관련 제보 글이 쏟아지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피해자 중에는 대학생뿐 아니라 미성년자는 물론 교사, 여군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으며 ‘피해 지역·학교 명단’으로 떠돌고 있는 곳만 100곳이 족히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도 전국 지역별로 세분된 대화방이 다수 만들어져 대화방마다 수천 명이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이른바 ‘겹지인방’이라는 이름으로 참가자들이 서로 같이 아는 특정 여성의 정보를 공유하고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해 유포하는 방식으로 성희롱했다. 실제 텔레그램의 채팅방 검색을 지원하는 웹사이트 ‘텔레메트리오’에서 ‘겹지방(겹지인방)’을 검색한 결과 이날 기준 3500여 명이 구독하고 있는 ‘대학별 겹지방’이 검색됐다. 이 외에도 1800여 명이 구독 중인 ‘대학 겹지방’ 등 유사한 텔레그램 채널도 발견됐다.

특히 참여 인원이 22만 명에 이르는 텔레그램 채널까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채널에는 불법합성물 제작 프로그램이 탑재돼 있어 여성의 사진 한 장만으로도 음란물을 제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들은 주로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라온 피해자들의 사진을 무단으로 저장해 범행에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엑스(X·옛 트위터) 캡처사진=엑스(X·옛 트위터) 캡처




여군을 상대로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유포하는 대화방도 있었다. ‘군수품 창고 대기방’이라는 이름의 해당 대화방은 참여 인원이 900명이 넘으며 대다수가 현역 군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수품’은 군사 목적을 위해 쓰이는 무기와 식량 등을 일컫는 말로, 대화방 참여자들은 여군을 해당 용어로 칭하며 비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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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에 참여하기 위해선 △특정 여군의 군복 사진과 전화번호, 소속, 계급과 나이 등 개인정보를 운영자에게 제출 △텔레그램 비밀 대화로 현역 군인임을 인증 △합성 장인(匠人) △관리자가 지정한 여군에게 능욕 메시지를 보내고 반응을 운영자에 제출하는 등 4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이들은 최근 인하대 사건으로 논란이 커지자 “당분간 3번, 4번 미션을 수행한 사람 외에는 받지 않겠다”는 추가 공지를 내걸기도 했다.

사진=X 캡처사진=X 캡처


전국적으로 딥페이크 음란물이 제작·유포되고 있다는 의혹이 퍼지자 여성들의 불안도 확산 중이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사진이 담긴 SNS 계정을 비공개로 설정하고 사진을 내리라는 조언이 공유되기도 했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학생회 SNS 계정에는 “현재 텔레그램을 통해 (본교) 학생들의 신상 및 딥페이크 합성 사진이 유포되고 있다”며 “SNS에 게시한 개인 사진을 내려 피해를 예방하시기 바란다”는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편 서울경찰청도 이날 10대 청소년의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유포 범죄가 촉법소년 규정에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만 10대 청소년 10명이 텔레그램 기반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유포 사건으로 입건됐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7월 말까지 초·중·고등학교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가 10건 접수됐고 이와 관련해 14세 이상 청소년 10명을 입건했다”며 “해당 범죄에 대해서도 촉법소년 규정이 적용되며, 시 교육청 등과 함께 사례, 처벌 조항 등을 정리해 학교별로 진출해 예방 교육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은 “학생은 물론이고 교사에 대한 것도 만들어 퍼지고, 정보기술(IT) 기기에 익숙한 청소년 중심으로 확산해 굉장히 우려스럽다”며 “심각한 범죄 행위로서 처벌받을 수 있고, 이러한 범죄 전력은 향후 사회생활에 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 교육청과 협의해 학생들에게 교육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텔레그램이 서버를 외국에 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높은 보안성·익명성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수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기관이 신고나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해도 손쉽게 채널에 업로드된 영상물과 활동 내역을 삭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 때문에 텔레그램이 유해 콘텐츠의 새로운 온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텔레그램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가 24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전격 체포된 것도 이런 배경 속에서 주목된다. 두로프는 텔레그램이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예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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