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과 SK(034730) E&S 합병안이 27일 주주총회를 통과하면서 이제 합병 성사까지 '주식매수청구권' 한 관문만 남게 됐다. SK는 반대 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예상 금액을 넘겨도 합병을 완수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만 규모가 커지면 그만큼 실탄이 줄어들어 합병 후 시너지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합병 시너지 더 커…'주매청' 규모 넘어도 추진=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 공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의 주식매수권 행사 주식 수에 주식매수예정가격을 곱한 금액이 8000억 원을 초과하면 양 사가 서면 합의로 계약을 해제하거나 합병 조건을 변경할 수 있다.
이날 합병안에 반대표를 던진 주식 수 824만 4399주에 SK이노베이션이 공시한 매수 예정가격 11만 1943원을 곱하면 9229억 원에 달한다. 합병안에 반대한 모든 주주가 전량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고 가정하면 SK측이 매수해야 하는 금액이 8000억 원을 훌쩍 넘긴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다만 주식매수청구 금액이 8000억 원을 초과해도 합병을 지속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합병 무산보다 합병으로 얻을 수 있는 장기적인 시너지가 더 크기에 1조 원 안팎의 비용은 감당할 만하다는 판단에서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주식매수청구권) 금액이 지나치게 많으면 고민이 되겠지만 회사 내부에 보유한 현금이 1조 4000억 원 이상 이어서 감당 못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11만 원대 유지가 관건…"주가 부양책 모색"=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간은 다음 달 19일까지다. SK이노베이션 내부에서는 이 기간 주가를 부양할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가 매수 예정 가격 이상으로 회복하면 주주 입장에서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의 이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는 지난달 이사회 합병 결의 이후 9만 원대까지 하락했으나 이날 종가 기준 10만 9800원을 기록했다. 장중 한때 11만 2000원까지 올라 SK이노베이션이 공시한 매수 예정 가격을 찍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은 주가가 지속 하락해 온 만큼 현시점에서 손해를 보고 파는 주주들이 많지 않을 것으로 봤다. 국민연금 역시 포트폴리오 분산 투자 차원에서 전체 물량을 매도할 가능성은 낮다.
SK이노베이션은 합병 전 주가 부양 방안 모색은 물론 합병 후 주주친화정책으로 밸류업을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박 사장은 부진한 주가에 대한 주주 질책에 "주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죄송하다"며 "시너지를 창출해 기대하는 수익률을 창출하고, 경영진에 대한 따끔한 말씀도 이사회와 협의해 주주 이익을 반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주 매입은 11월 합병과 재무상황 등을 감안해 어떤 정책이 주주가치에 부합하는지 판단해 주주친화 정책을 펼쳐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에너지 포트폴리오 강화…SK온 이익 낼 것=주식매수청구권 관문을 넘으면 SK이노베이션은 11월 초대형 에너지 기업으로 재탄생한다.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과 배터리사업에 더해 SK E&S의 액화천연가스(LNG), 재생에너지 사업 등이 결합돼 에너지 포트폴리오의 경쟁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요구에 대응한 에너지 솔루션 패키지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합병으로 사업적 시너지 뿐 아니라 안정적인 재무·손익 구조도 구축한다. SK E&S는 연간 1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내는 캐시카우로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만 2030년 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2조 2000억 원 이상을 예상하고 있다. 전체 EBITDA는 20조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온 정상화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박 사장은 "내부적인 원가 절감을 통해 전기차 수요 회복이 더디더라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합병을 잘 마무리해 전력·LNG·배터리와 같이 균형있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간다면 중기적으로 안정적인 주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