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사비나 암초






이달 19일 새벽 남중국해 스트래틀리제도의 사비나 암초 인근 해역에서 중국과 필리핀 양국의 함정이 충돌했다. 필리핀 당국에 따르면 중국 함정에 두 차례 들이받힌 필리핀 해경선의 선체 일부가 크게 파손됐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과 필리핀이 사비나 암초에서 물리적으로 부딪친 것은 처음이었다. 두 나라는 25일과 26일에도 같은 장소에서 ‘선박 대 선박’으로 맞섰다. 중국은 필리핀 함정이 허가 없이 암초에 침입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필리핀 정부는 “불법적이고 공격적으로 기동한 중국의 책임”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백악관도 “중국의 고의적 충돌”이라고 규탄했다.

관련기사



사비나 암초의 중국명은 ‘셴빈자오(仙賓礁)’, 필리핀명은 ‘에스코다 암초’다. 이곳은 필리핀 서부 팔라완섬에서 서북쪽으로 약 140㎞ 떨어져 있다. 중국과 필리핀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며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세컨드토머스 암초와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사비나 암초는 세컨드토머스 암초에 배치된 필리핀군 병력에 물자를 보급하는 선박들이 집결해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인근 해역에는 필리핀이 약 75년간 쓸 수 있는 막대한 양의 해저 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필리핀 정부는 중국이 사비나 암초에 인공섬을 건설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해경선 등을 동원해 순찰을 강화해왔다. 올 5월에는 중국의 매립 작업 조짐을 포착했다며 해경선 한 척을 암초에 정박시키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분쟁의 전선이 필리핀에 근접한 곳으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중국이 중요한 전략적 가치를 지닌 사비나 암초를 통제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한편 일본 방위성은 26일 중국군 Y9 정보수집기 한 대가 일본 열도 서남부 나가사키현 앞바다 영공을 침범했다고 발표했다. 중국 군용기의 일본 영공 침범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아시아에서 노골화하는 중국의 팽창주의에 맞서 우리의 영토와 주권을 지키려면 압도적 자주 국방력을 확보하고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의 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임석훈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