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왜 안 해?”, “아기 왜 안 낳아?”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청년들은 ‘결혼은 내 삶에 꼭 필요하지 않다’, ‘내가 행복하지 않아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고 답한다. 정부는 인구절벽 위기에 맞서 결혼과 출산 장려책을 늘어놓고 청년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당연하게 요구한다.
7번의 지난 칼럼을 통해 저출산 현상을 들여다봤다. ‘희망이 없는 시대’라는 게 결국 저출산의 근본 이유다.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내 삶이 나아진다는 기대,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꿈, 세상이 더 좋아진다는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너무 많은 사회적 문제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어느 때보다 잘 먹고 누리는 세대라지만 정작 청년들은 취업, 집값, 생활비, 노동시간 등 어느 하나 쉬운 것 없다고 느낀다. 아이를 낳으면 회사의 압박과 동료의 눈총 속에서 집과 직장 사이를 숨 가쁘게 뛰어다니고, 자신과 아이를 사교육에 갈아 넣어야 할 것이 뻔하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 환영받는 느낌,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것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거의 없다. 청년층에게 결혼과 출산은 행복이 아니라 또 다른 부담이다. 그래서 청년들은 결혼 대신 비혼과 동거를, 육아 대신 ‘딩크’를 선택한다. 이렇게 저출산 현상에는 오늘을 힘겹게 살아가는 청년의 고단함이 담겨있다.
우리의 저출산 정책은 아이를 ‘낳는 것’에 지나치게 치중돼있었다. ‘아이를 낳으면 얼마 받는다,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다, 저금리로 대출받을 수 있다’ 등의 내용이다. 최근에야 아이를 ‘키우는 것’까지 출산의 범위를 넓혀 돌봄과 교육, 의료까지 정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출산율이 높은 다른 나라들은 관련 정책 전면에 ‘가족 지원’을 내세운다. ‘어떻게 하면 아이가 행복하게 자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아이와 부모가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무엇이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일까’하는 고민이 엿보인다. 결국 아이가 존중받고 가족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우리도 출산 자체가 아니라 가족을 지원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은 정부와 사회가 청년들에게 진정한 선택의 자유를 제공하는 것이다. 결혼과 출산이 ‘리스크’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주거 지원을 강화하고, 경력 단절을 방지하며, 양육 부담을 줄이는 것이 필수다. 생애 한번 지원하고 끝내는 일회성 정책이 아니라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것이 더 행복해지기 위한 ‘합리적 선택’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정책은 현실에 늘 뒤처져있다. 저출산의 원인을 매일 삶에서 겪고 있고 ‘저출산 대책’의 핵심을 간파하고 있는 정치인이자 초보 아빠로서 꼭 바꿔야겠다는 사명감을 느낀다. 이제 제대로 된 저출산의 정치적 해법을 내놓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