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골목길이 핫플로…공간을 바꾼 '콘텐츠의 힘'[스케일업 리포트]

■어반플레이

도시 기획부터 공간 컨설팅까지

연희·연남 등 브랜드 발굴 견인

3.5만개 이상 창작자 DB 보유

카페·레스토랑 등 자체 공간도

"한류, 라이프 스타일까지 확장

로컬 브랜드, 해외진출도 기대"





“기존의 공간은 식당이면 식당, 슈퍼마켓이면 슈퍼마켓 등 하나의 기능만 담당했습니다. 이제 이 같은 공간의 물리적 역할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색다른 경험을 위해 공간을 방문하기 때문에 그 안을 채우는 콘텐츠가 더 주목 받고 있죠. 공간이란 결국 콘텐츠를 담는 하나의 플랫폼일 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홍주석(사진) 어반플레이 대표는 27일 서울 서대문구 어반플레이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새로운 콘텐츠가 끊임없이 흐르는 문화 복합형 공간을 만드는 게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어반플레이는 도시 콘텐츠 기획 및 운영 전문 스타트업으로 2013년 설립됐다. 공간·경험자·콘텐츠가 선순환하는 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연희·연남 상권을 하나로 묶어 홍보하는 ‘연희걷다’, 전국 각지에 위치한 특색있는 동네를 소개하는 잡지 ‘아는동네’, 지역 문화 형성에 앞장서는 로컬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로컬 크리에이티브’ 등을 운영 중이다. 이처럼 매년 100회 이상의 플리마켓, 전시, 공연, 팝업스토어 등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기획 및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10년 넘게 축적한 3만 5000개 이상의 창작자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연간 350개가 넘는 창작자 팀과 협업하고 있다.

이외에도 공간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운영체제(OS) 형식을 개발해 공간 컨설팅부터 전시 기획, 창작자 및 브랜드 발굴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타운형·공원형·뮤지엄형 등으로 구별해 각각 특성에 맞는 자체 브랜드를 론칭하고, 이에 맞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또 연남장, 연남방앗간 등 다양한 공간을 마련하는 등 총 40개가 넘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어반플레이는 지난해 76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받았으며 누적 투자액은 170억 원에 달한다. 주요 투자사는 네이버, 뮤렉스파트너스, 롯데쇼핑, 한국벤처투자,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등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20억 원을 기록했으며 올해 180억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동네의 ‘헤리티지’를 콘텐츠로…“지역 활성화 수단으로 이용”



어반플레이의 주요 서비스는 도시가 간직하고 있는 고유한 콘텐츠를 알리고, 이를 하나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시로 2015년 론칭한 연희걷다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연희동과 연남동 일대에 위치한 소상공인과 로컬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홍 대표는 “연남동이나 연희동에 있는 작은 가게들을 묶어서 한날한시에 마케팅할 수 있는 행사를 만들고 싶었다”며 “당시 청년들이 지역을 위해 행사를 준비한다고 하니 소상공인 분들이 흔쾌히 참여해주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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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걷다를 통해 어반플레이는 주거지에 불과했던 연희동과 연남동을 MZ세대가 찾는 ‘핫한 동네’로 탈바꿈하는 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어반플레이를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홍 대표는 “연희걷다 프로젝트가 유명해지면서 근처에 살고 있는 작가 등 창작자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며 “지역을 살리는 역할을 공공이 아닌 민간 기업에서 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어반플레이는 2016년 성심당 60주년 기념 전시 ‘나의 도시, 나의 성심당’을 기획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헤리티지(유산)’가 가지고 있는 영향력과 이를 콘텐츠로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확인했다. 홍 대표는 “당시 성심당은 지금처럼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은 아니었다”며 “성심당이 거쳐온 60년이란 역사를 전시라는 문화적인 콘텐츠로 기획하면서 정체성을 재정립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좋은 콘텐츠를 기획하면 지역과 상권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홍 대표는 각 동네마다 뛰어난 헤리티지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해 고유한 콘텐츠를 제작한다면 지역을 활성화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경기 수원시의 경우 ‘화성’과 ‘행궁’이라는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있다”며 “이를 통해 한국인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는 경기 남부권에서 유일한 골목상권으로 자리매김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희동과 연남동에 있는 단독주택, 성수동에 남아있는 공장지대 등 서울에는 건축적 유산이 풍부하다”며 “양양이 서핑으로 유명해진 것처럼 지방에는 자연과 문화적인 헤리티지가 뛰어나기 때문에 이를 콘텐츠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콘텐츠는 흘러가는 것…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홍 대표는 인터뷰 내내 콘텐츠 기획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어반플레이가 공간이 주는 즐거움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는 걸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공간은 콘텐츠를 담는 그릇이기 때문에 다양한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내용물을 주기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콘텐츠가 계속 흐르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이에 어반플레이는 자체적으로 공간을 운영하며 이를 실현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연남장이다. 어반플레이가 처음으로 론칭한 오프라인 공간인 연남장은 낮에는 카페와 레스토랑으로 운영된다. 하지만 저녁에는 뮤지컬이 열리는 공연장으로 변신한다. 이외에도 교육, 강연, 웨딩 등을 진행하는 등 ‘콘텐츠를 담는 그릇’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홍 대표는 “회사를 설립하고 5년 동안은 콘텐츠만 만들었지 공간을 갖고 있지 않았다”며 “다목적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하나의 예시를 만들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경험을 살려 어반플레이는 맞춤형 OS 모듈도 서비스하고 있다. 특히 공간 면적 및 특성에 따라 바운드(타운형)·파크먼트(공원형)·뉴스뮤지엄(박물관형) 등 브랜드를 론칭해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팝업, 전시 등이 주로 진행되며 콘텐츠를 기반으로 공간을 새롭게 기획 및 개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 다양한 기업 및 기관과도 적극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 현대건설, 현대차 양재동 사옥 등에 콘텐츠 제공 및 공간 위탁 운영 맡아왔다. 지난해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중소기업유통센터와 함께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브랜드K 플래그십스토어’를 운영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최근 한국의 라이프 스타일이 글로벌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만큼 해외 진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몇 년 안에는 한류가 라이프 스타일 영역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내 소상공인과 로컬 브랜드들과 함께 해외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에어비앤비가 자체 호텔 없이 글로벌 시장에서 숙박 사업을 하는 것처럼 어반플레이도 공간 운영보다 콘텐츠 기획과 제공에 집중해 빠르게 성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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