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스포츠

평생 죄책감 안고 사셨던 할머니께…주정훈의 가슴 뭉클한 '약속'[패럴림픽]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사고로 오른손 잃어

파리 떠나기 전 묘소 찾아 약속 "메달과 고기반찬 들고 올 것"

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제공=대한장애인체육회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진행 중인 파리 패럴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건 장애인 태권도 국가대표 주정훈(30·SK에코플랜트). 그가 할머니와 한 가슴 뭉클한 ‘약속’이 화제가 되고 있다.



주정훈은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 패럴림픽 태권도 남자 80㎏급 스포츠등급 K44 경기에 출전했다. 그는 16강과 8강을 가볍게 통과했지만 4강에서 만난 멕시코의 루이스 마리오 나헤라를 넘지 못했다. 경기 초반 7-0으로 앞서다가 추격을 허용했고, 연장 혈투 끝에 8-10으로 역전패했다. 아쉬움을 삼키던 주정훈은 깨끗하게 패배를 승복했다. 그리고 카자흐스탄의 눌란 돔바예프와 동메달 결정전에서 7-1로 승리, 다시 한번 시상대에 섰다.

관련기사



주정훈은 파리 패럴림픽을 앞두고 할머니를 모신 선산을 찾아 "대회가 끝난 뒤 금메달과 함께 (평소 좋아했던) 소고기를 싸 올게요"라고 약속했다. 할머니 김분선씨는 맞벌이로 바쁜 아들 내외를 대신해 손자 주정훈을 지극정성으로 키웠다. 그런데 걸음마를 뗀 만 2세 주정훈이 소여물 절단기에 오른손을 넣었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게 된다. 할머니가 잠시 눈을 뗀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할머니 김씨는 아들 내외와 손자를 볼 때마다 본인이 죄인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2021년 도쿄 패럴림픽에서 출전해 동메달을 획득한 주정훈은 가장 먼저 할머니가 계신 요양원을 찾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할머니는 주정훈을 알아보지 못했다. 2018년 치매를 진단받고 기억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몇 개월 뒤 할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주정훈은 할머니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요양원을 찾았지만,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대신 자신의 이름을 불러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간절히 원하던 금메달은 아니지만,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해 얻은 동메달 그리고 고기 반찬을 들고 주정훈은 할머니를 뵈러 갈 예정이다.


박윤선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