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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서울시, 박원순이 만든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 결국 없앤다…내년 철거

1100억 들였지만 일대 활성화 효과 無 판단

7개 상가 중 삼풍상가·호텔PJ 구간 먼저 철거

다른 구간은 상가 재개발 때 동시 철거 전망

서울 종로구 호텔PJ 서측에 위치한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가 지난 28일 오가는 사람 없이 한산하다. 사진=김태영 기자서울 종로구 호텔PJ 서측에 위치한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가 지난 28일 오가는 사람 없이 한산하다. 사진=김태영 기자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세훈 현 서울시장의 정책 방향이 충돌하는 대표적 사업으로 여겨지는 종로구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가 결국 철거된다. 서울시는 세운상가 7개 건물을 잇는 공중 보행로가 1109억 원의 사업비에도 불구하고 일대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해 이 같이 결정했다. 먼저 삼풍상가부터 호텔PJ로 이어지는 구간의 다리를 내년에 철거한 후, 나머지 구간은 각 상가의 공원화 시기에 맞춰 철거를 검토해 나갈 계획이다.



30일 시에 따르면 시는 삼풍상가·호텔PJ 구간의 공중 보행로를 철거하는 방안에 대해 9월 중 주민 공청회를 실시할 예정이다. 세운상가 공중 보행로는 종묘~세운상가~청계·대림상가~삼풍상가·호텔PJ~인현·진양상가까지 7개 상가를 잇는 약 1㎞ 길이의 다리 겸 보행로다. 이 시설은 박 전 시장의 세운상가 보존·재생 정책의 핵심이었다. 박 전 시장은 상가 간 연계를 높여 일대를 활성화한다는 목표로 2016~2022년 총 1109억 원을 투입해 공중 보행로를 조성했다. 여기엔 2000년대 청계천 복원 때 사라진 세운~청계·대림상가 공중 보행로를 되살린다는 의미도 있었다.

시가 사업이 끝난지 3년이 채 되지 않은 공중 보행로를 철거하기로 한 것은 시설이 일대 활성화를 오히려 저해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의 집계에 따르면 공중 보행로 전 구간의 일평균 보행량(2022년 10월~2023년 10월 기준)은 1만 1731건으로 공사 전 예측량(10만 5440건)의 11%에 불과했다. 상권이 그나마 발달한 청계·대림상가 공중 보행로는 일평균 4801건의 보행량을 기록했지만 다리만 설치된 삼풍·PJ호텔은 보행량이 1757건에 불과했다.



뿐만 아니라 7개 상가 지상의 일평균 보행량은 공사 전엔 3만 8697건이었지만 공사 후엔 2만 3131건으로 40% 감소했다. 이 때문에 감사원은 최근 공개한 감사 보고서에서 “(공중 보행로는) 당초 사업의 목적인 보행량 증대를 통한 세운상가 및 주변 지역 재생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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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2017년 공개한 세운상가 재생 사업의 조감도. 공중 보행교는 7개 상가 동서측에 약 1㎞ 길이로 설치돼 있다. 사진제공=서울시서울시가 2017년 공개한 세운상가 재생 사업의 조감도. 공중 보행교는 7개 상가 동서측에 약 1㎞ 길이로 설치돼 있다. 사진제공=서울시


상인들의 불만도 높다. 삼풍상가 인근에서 30년 넘게 식당을 운영한 한 상인은 “(공중 보행로 조성 후) 오가는 사람이 줄어든 건 사실”이라며 “다리 위 흡연자 때문에 담뱃재가 떨어질 때도 있어 큰 불이 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취임 후 세운상가를 전면 재개발하기로 방향을 틀면서 공중 보행로 철거가 불가피해졌다. 오 시장의 세운상가 개발은 7개 상가를 단계적으로 공원화해 종묘에서 남산까지 이어지는 녹지축을 조성하고, 공원 양옆을 고밀 개발하는 것이 골자다. 오 시장은 2022년 이 같은 구상을 공개하며 “공중 보행로는 대못이 될 수밖에 없다”며 철거를 시사한 바 있다.

시는 앞서 세운상가군 7개 건물 중 삼풍상가와 호텔PJ를 가장 먼저 공원으로 바꾸기로 결정한 만큼 공중 보행로 철거도 이 곳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주민 공청회, 도시재생위원회 심의 등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 해당 구간의 공중 보행로를 없앨 계획이다. 삼풍상가와 호텔PJ 구간 공중 보행로는 상가가 분리돼 있고 별도의 상업 시설도 조성되지 않아 철거가 용이하다고 평가된다.

다만 다른 구간 철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상업시설이 들어선 공중 보행로 구간은 상인들에 대한 보상 문제가 쟁점으로 대두될 가능성도 있다. 시 관계자는 “다른 구간의 공중 보행로는 상가와 붙어 있어 각 상가를 재개발할 때 함께 철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각 상가 개발에 맞춰 순차적으로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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