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첫 정기국회가 2일 개원식을 시작으로 100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한동훈(국민의힘)·이재명(더불어민주당) 양당 대표 회담과 함께 대화 분위기가 만들어진 가운데 맞이하게 되는 정기국회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강하게 난색을 표하는 ‘채 상병 특검법’부터 거부권(재의요구) 법안에 대한 재표결까지 곳곳이 뇌관인 만큼 여야 간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정기국회는 2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4~5일에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9일부터 12일까지는 대정부 질문이 진행된다. 윤석열 정부 3년 차 정국 주도권을 놓고 맞붙게 될 국정감사는 10월 7일부터 25일까지 3주간 이어지며 11월부터는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심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번 정기국회 개회식은 22대 국회 개원식을 겸해 열리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개원식에 오지 않을 예정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대통령이 개원식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첫 사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특검과 탄핵을 남발하는 국회를 먼저 정상화시켜야 한다”며 불참 이유를 설명했다.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야는 각자 1박 2일 연찬회와 워크숍을 열고 전열을 재정비했다. 국민의힘은 “우리는 국정에 무한 책임을 지는 여당으로서 미래 세대를 위한 개혁을 이행하겠다”면서 민생 경제 활력·저출생 극복 등 6대 분야 170개 법안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했다. 민주당도 “윤석열 정권의 무도한 폭주를 멈추고 오직 국민의 명령에 따라 분골쇄신의 자세로 임할 것”이라면서 내수 활성화 법안 102개, 민주주의·한반도 평화 법안 27개 등 165개 입법 과제를 선정했다.
하지만 정기국회 첫 법안 통과를 위해 열리는 이달 26일 본회의에서부터 여야 충돌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방송4법·노란봉투법·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 등 6건 법안에 대한 재표결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여야 민생 협의로 잠시 멈춘 ‘쟁점 법안 상정→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야당 강행 처리→대통령 거부권 행사’의 정쟁 도돌이표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대정부 질문과 국정감사 또한 살얼음판이 예상된다. 야당은 ‘2특검(채 상병·김건희 특검법) 4국조(채 상병·방송장악·양평고속도로·동해유전 관련 의혹)’를 앞세우며 공격을 벼르고 있다. 여기에 검찰 개혁과 함께 정부를 향한 친일 공세에도 고삐를 당길 기세다. 이에 대응해야 하는 여당은 ‘적극 엄호’하겠다는 각오이지만 의석수에 밀리면서 방어를 위한 동력이 약한 상황이다.
최대 난관은 ‘채 상병 특검법’이다. 민주당은 정기국회에서 네 번째 채 상병 특검법 발의의 뜻을 밝힌 상태다. 한 대표가 언급한 ‘제3자 추천’부터 국민의힘 일각에서 요구하는 ‘증거 조작’ 의혹까지 담는 방안까지 검토하면서 여권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정부에서 특검에 강한 난색을 표하는 가운데 야권의 요구에 응하기는 어려운 모습이다. 자칫 특검에 동조하게 된다면 ‘의료대란’으로 경색된 당정 관계가 더욱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총 677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의 운명도 한 치를 내다볼 수 없는 상태다. 지키기에 나선 여당과 달리 야권은 ‘부자 감세’ 예산이라며 대규모 칼질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강하게 요구하는 ‘민생회복지원금’을 둘러싼 여야 입장 차가 너무 크다. 이 대표가 ‘선별 지원’ 카드까지 꺼내들었지만 정부는 일찌감치 ‘건전재정’ 방침을 세운 만큼 협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산적한 민생 법안들의 통과 가능성도 가늠할 수 없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완화는 물론 사용후핵연료의 영구 처분 시설 마련을 위한 고준위방폐물특별법,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해 세액을 공제해주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처리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다.
한편 정기국회를 하루 앞두고 김종민(세종갑·3선) 의원은 새로운미래를 탈당했다. 새로운미래는 유일한 현역인 김 의원의 탈당으로 원외 정당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