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반 궁금증 반’으로 운세를 보기 위해 무당집을 찾아간 40대 A씨는 예상치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 자신의 몸에 귀신이 붙어 있다는 것이었다. A씨는 반신반의했지만, 찝찝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고, 결국 ‘당장 퇴마 의식이 필요하다’는 무속인의 말을 굳게 믿게 됐다. 하지만 정작 A씨에게 고통을 준 것은 귀신이 아니라 부부 무속인의 엽기 행각이었다.
2022년 6~8월 사이 3차례에 걸친 부부 무속인의 이른바 '퇴마 의식'은 흉내만 낸 사기극에 불과했다. A씨는 무속인으로부터 반드시 교복을 착용할 것을 강요받았고, 이후 수십차례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으며 다리에 큰 상해를 입었다. 부부 무속인은 엽기적인 행동을 이어가면서도 A씨에게 액운을 쫓아주는 일종의 ‘달초(撻楚) 의식’이라 속였다. 자신들을 믿어야 귀신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협박도 일삼았다.
귀신을 쫓기 위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믿게 된 A씨는 부부 무속인의 무리한 지시도 따랐다. 이들은 퇴마의식을 빙자한 범죄 행각을 서슴지 않았고, 결국 성추행으로까지 문제가 번졌다. 남성 무속인은 돌연 자신이 신의 계시를 받았다며 퇴마의식을 위해 교복 착용을 한 상태로 잠을 자야한다고 A씨를 속였다. A씨는 무속인 옆자리에서 잠만 자면 된다는 말을 굳게 믿었지만 남성 무속인은 이 과정에서 신체를 더듬는 등 수차례 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고 곧바로 경찰에 부부 무속인들을 상해·추행 범죄로 신고했다. 하지만 검찰의 기소 과정에서 사건은 난항에 빠졌다. 이들 무속인 부부가 경찰 조사 당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것이 맞다고 인정했던 것과 달리 법정에선 피해자를 때리거나 추행한 적이 없다며 혐의 전체를 부인한 것이다.
사건을 맡은 이대성 울산지검 공판송무부장(연수원 37기)은 경찰 수사 당시부터 이들의 진술이 불일치하다는 점을 근거로 상호 증인신문이 필요하단 점을 재판부에 적극 피력했다.
이 검사는 “두 무속인이 부부관계다 보니 서로 감싸주고 혐의 부인에 급급해 진술에 두서가 없었다”며 “변론 분리를 요청해 증인신문을 진행한 것이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위증을 입증하기 위해 수사 첫 단계로 돌아가 증거 기록을 추가로 면밀히 살피고, 피해자 진술까지 모두 청취했다. 이들이 혐의 전체를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A씨가 직접 자신들을 찾아오고는 허위로 신고했다는 주장을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변론 분리 과정에서 이들의 진술이 상호 다르다는 것이 입증됐고, 이는 곧 허위 진술을 입증하는 결정적 단초가 됐다. 빈틈없는 수사에 여자 무속인은 허위 진술에 대한 혐의를 인정했다.
이 검사는 곧바로 자백한 여성 무속인을 벌금 300만 원의 약식 기소했다, 남성 무속인은 위증죄를 인정하지 않고 혐의를 부인한 끝에 불구속 기소로 재판을 받고 있다. 법원은 이들의 상해 및 추행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결해 지난 6월 집행유예 선고를 확정됐다.
이 검사는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히고도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합심해서 위증이란 범죄까지 저지른 사건”이라며 “피해자 진술과 증거 기록을 면밀히 검토해 무속인 부부의 분리 변론을 재판부에 요청하면서 사건의 실체를 밝힐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 검사가 이끌고 있는 울산지검 공판송무부는 위증, 위증교사로 사법질서 저해사범에 대해 엄단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올 5~6월까지 약 2개월간 위증사범 11명을 인지·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