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화(mass adoption)는 블록체인 업계가 여전히 풀고 있는 숙제다. 기술의 혁신성에도 불구하고 대중적 서비스가 나오지 않아 가치가 평가절하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크리스 딕슨 앤드리슨호로위츠(a16z) 제너럴파트너 역시 블록체인 업계에서 킬러 앱이 부재한 배경으로 ‘인프라’를 지목했다. 다만 블록체인 인프라가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 1일 서울 광진구 그랜드 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크리스 딕슨과의 대화’ 북토크에서 그는 “불과 3년 전만 해도 이더리움 블록체인에서 거래하려면 시간이 꽤 걸렸고, 가스비도 많이 지불해야 했다”면서 “그러나 이후에 다양한 발전이 이뤄지면서 인프라 문제가 해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더리움 블록체인 위에 레이어를 한 겹 더 쌓아 확장성을 높이는 레이어(L2) 체인 등이 등장하며 킬러 앱을 위한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딕슨 제너럴파트너는 올해 제일 주목했던 이벤트를 묻는 질문에서도 “인프라 쪽의 진전”이라고 답하며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번 북토크는 딕슨 파트너가 출간한 책 ‘읽고 쓰고 소유하다(Read, Write, Own)’를 기념하기 위해 열렸다. 그는 실리콘밸리를 대표하는 벤처캐피털(VC)로 630억 달러(약 85조 8000억 원) 규모를 운용하는 a16z에서 투자 파트너십, 펀드 전략·운영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블록체인·가상자산 스타트업 투자 전문 펀드그룹인 a16z크립토를 세우고 현재까지 이끌고 있다. a16z크립토는 70억 달러(약 9조 3730억 원) 이상 자본으로 4개 전용 펀드를 통해 웹3 기술에 투자 중이다. 포트폴리오에는 챗GPT 아버지 샘 올트먼이 추진하는 월드코인을 비롯해 솔라나, 대퍼랩스, 스토리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이름을 올렸다.
그는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큰 특징으로 사용자에게 소유권을 부여한다는 점을 꼽았다. 덕분에 권력이 네트워크의 중앙이 아닌 가장자리로 분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누구나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 중개자를 거치지 않고도 직접 수수료를 거둘 수 있다. a16z크립토가 스토리에 투자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스토리는 블록체인으로 지식재산권(IP)을 수익화 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원작자가 IP를 블록체인에 올려두면 향후 타인이 이를 2차, 3차 활용할 때 자동으로 원작자에게 수익이 돌아가도록 하는 구조다. 인공지능(AI) 발전으로 누구나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시대에 이러한 기술이 빛을 발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는 유망한 분야로 AI와 블록체인을 지목했다. AI기술이 발전하면서 발생하는 딥페이크 등 문제도 블록체인으로 풀 수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 이를테면 월드코인을 활용할 수 있다. 월드코인은 홍채 기반 월드ID를 발급한다. 이 월드ID로 인간이라는 점이 증명된 사람이 제작한 콘텐츠라는 인증을 남기면 딥페이크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딕슨 파트너는 “망치로 집을 지을 수도 있지만 부술 수도 있듯 AI든 블록체인이든 기술에는 양면성이 있다”면서 “기술의 본질을 명확히 이해하고 현명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행사는 팩트블록이 설립·주최하고 해시드가 공동 주하는 코리아 블록체인 위크(KBW2024)의 개막 이벤트로 열렸다. 오는 7일까지 개최되는 KBW2024는 메인 이벤트 KBW2024: IMPACT(9월 3~4일)와 KBW2024: AI 월드(5일), 400여개의 다채로운 사이드 이벤트 등으로 구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