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9일 전북 전주 서부시장상점가. 시장 건물 맞은편에 위치한 청년몰 ‘청춘시전’은 점심 시간이 막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불이 꺼져있었다. 서부시장의 한 상인은 “청년몰에서 제대로 장사를 하고 있는 가게는 사실상 한 곳에 불과하다”며 “그마저도 보통 3~4시가 돼야 영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오전에는 문을 안 연다”고 말했다.
정부가 청년 창업을 지원하고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2016년부터 주요 전통시장 내에 조성한 청년몰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무관심 속에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조성 이후 사실상 방치되면서 입점 청년과 이용객들의 관심이 떨어지고, 이에 지원 대상이 줄면서 예산도 같이 감소하는 등 악순환을 하는 모습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하 소진공)이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청년몰 관련 예산은 2020년 이후 4년 연속 감소했다. 구체적으로 2020년 113억 5000만 원에 달했던 예산은 올해 26억 7000만 원으로 76.5% 줄었다. 특히 2021년 이후 청년몰 조성 사업이 사실상 중단되며 예산은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이처럼 청년몰 관련 예산이 감소하고 있는 이유는 부진한 성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국적으로 43곳 조성된 청년몰은 지난해 37곳, 올 7월 기준 35곳으로 감소했다. 여기에 일부 청년몰은 공실률도 높은 상황이다. 특히 지방 전통시장의 경우 확장 이전, 폐점 등을 이유으로 청년몰 입점 가게가 나가도 공실이 빠르게 채워지지 않고 있었다. 전주 서부시장 뿐 아니라 경남 진주의 중앙시장 청년몰에는 1곳, 대구 약령시장에는 3곳만 남아서 현재 운영되고 있다.
전주 서부시장 관계자는 “청년몰이 젊은 상인을 키우는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계속 새로운 곳들이 입점을 해야 효과가 있다”면서도 “지방의 경우 청년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관광지 근처로 수요가 몰려 청년몰 입점 포기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청춘시전에 입점한 점주 A씨도 “이곳에 들어온 지 1년 반 정도 됐는데 2층에 있던 화장품 가게가 나간 후 새로 들어온 곳은 없다”고 말했다.
전통시장 활력소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됐던 청년몰이 부진한 원인으로는 접근성 및 인지도 취약, 청년 상인 경쟁력 약화, 사후 관리 및 지자체 관심 부재 등이 꼽힌다. 또 다른 서부시장 시장 관계자는 “청춘몰이 활성화되려면 관광객 뿐만 아니라 지역민들까지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환경, 입지 등이 매우 중요하다”며 “청춘시전은 좁은 공간을 쪼개서 점포를 조성하는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뿐만 아니라 중심지와도 떨어져 있어 입지가 좋은 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청년 상인들의 차별화된 콘텐츠나 특색있는 아이템이 있으면 홍보가 가능하겠지만 그마저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원 의원은 “청년몰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유통 인구 부족, 조성 당시에만 관광객이 몰린 점”이라며 “청년 상인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짝 지원이 아닌 중장기적인 지원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청년몰 사업에 대해 재진단을 실시하고 청년 상인에 대한 전문 교육, 컨설팅 등 지원 프로그램 강화 및 지역 특성에 맞는 청년몰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소진공은 지자체의 주체적 운영을 유도해 청년몰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청년 상인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아이템 개발 및 시설 개선, 홍보 등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소진공 관계자는 “활성화 사업에 지원할 경우 청년몰별 특성 및 고객 수요에 적합한 맞춤형 전략 수립하고, 개별 점포의 자생력을 제고할 수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 청년몰 폐점 이력이 있는 지역은 향후 지원 사업 선정 시 불이익을 주는 등 지자체가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