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2일(현지시간)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따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센티브(당근책)가 필요하다고 미국 경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와 관련 미국은 조만간 중국에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불리는 인공지능(AI)용 메모리반도체와 관련 장비를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수출통제 추가 조처에 나설 방침이다.
정 본부장은 취임 후 첫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을 선의로 따르려는 나라나 기업에는 일종의 당근책이 있어야 한다”며 “그것은 미국 정책이 더 쉽게 수용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블룸버그는 미국 정부가 HBM 등 AI 반도체와 관련 장비의 대중 수출을 제한하기 위해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FDPR은 미국 밖의 외국 기업이 만든 제품이라도 미국이 통제 대상으로 정한 소프트웨어, 설계를 사용했을 경우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재를 뜻한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 미국 기술을 사용하고 있어 이를 벗어나기는 힘들다. 미국의 제재가 확대될 경우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HBM 중국 수출길이 막힐 가능성이 커보인다.
정 본부장은 “한국은 현재 차세대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 장비를 중국에 보낼 능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한국의 소재·장비 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나 아직까지는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될 주요 반도체 장비를 한국이 제조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그는 “여러 제약으로 한중 양국 간 반도체 무역이 장기적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본부장은 미국의 제재 조처를 따르기 위해 어떤 인센티브를 원하는지, 또 한미가 어떤 협상을 벌이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그는 다만 “한국의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한국이 중국과 관련된 반도체 기술 운용에서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낸 전례가 있다면서, 지난해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에 대한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를 무기한 유예한 것을 언급했다. 정 본부장도 “미국이 우려하는 기관들과 관계를 끊었음에도 불국하고, 미국과의 협상으로 인해 한국의 반도체 회사들이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오늘 11월 미국 대선 이후 미국의 대중 정책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 본부장은 대선 결과에 따른 정책 전망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누가 당선되든 한국은 기술에서 공급망에 이르기까 다양한 분야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볼 것”이라면서 “세계무역기구(WTO)가 주도하는 다자간 무역 체제가 존중되고 유지되는 것이 가장 긍정적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또 “누가 대통령이 되든 한국은 경제 안보 문제에 대해서 미국과 협력할 것”이라면서도 “한국은 경제적으로 중국과 깊숙이 얽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