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美빅테크 대규모 감원할때…삼성, 특급인재 쓸어담는다

[내일부터 19개 계열사 하반기 공채 돌입]

삼성 '역발상' 대규모 채용 주목

인텔·테슬라 등 구조조정과 대조

이재용 "기술 인재는 핵심경쟁력

마음껏 도전하는 환경 구축할 것"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월 인도출장을 마친 뒤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7월 인도출장을 마친 뒤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그룹 하반기 공채가 4일 시작된다. 최근 경기 불확실성 속에 인텔·테슬라·시스코 등 미국 빅테크들이 잇달아 대규모 감원에 착수한 것과 반대로 삼성 계열사들은 채용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삼성의 ‘인재 제일’주의가 글로벌 경기 침체의 길목에서 다시 한 번 주목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은 1957년 국내 최초로 공채 제도를 도입해 현재 대기업 중 유일하게 공채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다.



삼성 주요 계열사들은 4일 각각 채용 공고를 내고 하반기 공채에 들어간다고 3일 밝혔다. 하반기 공채를 실시하는 기업은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E&A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카드 △삼성증권 △삼성서울병원 △호텔신라 △제일기획 △에스원 △삼성웰스토리 등 19곳이다. 지난해 공채를 실시했던 삼성전자판매는 올해 채용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

입사 지원자들은 11일까지 삼성 채용 홈페이지인 삼성커리어스를 통해 입사를 희망하는 회사에 지원서를 접수할 수 있다. 삼성 채용은 지원서 접수 이후 온라인 삼성직무적성검사(10월)와 면접(11월) 및 건강 검진 순으로 진행된다. 직무적성검사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독립된 장소에서 PC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응시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 직군의 경우 주어진 문제를 직접 코딩해 해결하는 실기 방식의 SW 역량 테스트를 실시하고 디자인 직군의 경우 디자인 포트폴리오 심사를 거쳐 선발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들이 4월 경기 용인시 삼성인재개발원에서 삼성직무적성검사 응시자들을 대상으로 예비 소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삼성전자 관계자들이 4월 경기 용인시 삼성인재개발원에서 삼성직무적성검사 응시자들을 대상으로 예비 소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 제공= 삼성전자



매년 채용 방식이 다양해지는 것도 삼성만의 특징이다.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정립한 인재 제일 경영 철학에 따라 최고의 능력을 갖춘 인재를 찾기 위해 매년 인사 제도 혁신을 추진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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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은 지난해에는 해외 현지 채용과 별도로 국내에서 일할 외국인 경력 사원을 공채 선발한 바 있다. 대졸 여성 신입 사원 공채를 실시하고(1993년) 입사 자격에서 학력을 제외(1995년)한 것도 모두 삼성이 처음이었다.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딸들에게 “여자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교육한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일화다.

부친의 철학을 이어받은 이재용 회장도 “기존의 잘못된 제도와 관행, 시대와 동떨어진 인식을 과감히 고치자”면서 인사 제도 혁신을 끊임없이 주문해왔다. 삼성은 2022년 △직급 통폐합을 통한 수평적 조직 문화 확산 △직급별 체류 연한 폐지 △평가 제도 개선 등의 인사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한 바 있는데 여기에 이 회장의 평소 인사 철학이 담겨 있다는 게 삼성 관계자들의 평가다.

이 회장은 올해 초 삼성리서치를 방문해 기술 명장들과 진행한 간담회에서도 “기술 인재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경쟁력”이라며 “인재가 마음껏 도전하고 혁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


특히 최근 반도체 산업의 경쟁이 더욱 격화되면서 이 분야 최고 인재를 뽑기 위한 삼성의 고민도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8월부터 서울대·연세대·고려대·포항공대·KAIST·성균관대 등을 순회하며 반도체(DS) 부문 경영진이 직접 초격차 기술력을 선보이는 테크&커리어(T&C) 포럼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한 7월에는 전영현 DS부문장 취임 이후 처음으로 약 800개 직무에 대한 경력 사원 채용도 실시했다. KAIST 등 국내 7개 대학과 반도체 계약학과를 운영하면서 인재를 꾸준히 입도선매하고 있다. 반도체 계약학과에 입학하면 학비와 생활비 등을 지원받는 것은 물론 삼성전자 입사를 보장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인재 확보 전략 속에서 삼성의 임직원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대 관계사인 삼성전자의 경우 2018년 10만 3011명이었던 국내 사업장 임직원 수가 올 상반기 12만 8169명으로 24% 넘게 증가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을 잡겠다던 인텔이 15% 구조조정을 선언하고 테슬라 같은 기업도 상반기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고용을 늘리면서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게 삼성의 진정한 사업 보국”이라고 강조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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