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이 호주계 광업 회사인 블랙록마이닝에 유상증자 방식을 통해 4000만 달러(약 536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2차전지와 철강·시멘트 등에 쓰이는 산업용 흑연을 추가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3일 호주 퍼스 크라운타워스에서 열린 제45차 한-호주 경제협력위원회 합동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체결식에는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해 매들린 킹 호주연방 자원부 장관,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 이계인 포스코인터내셔널 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
포스코그룹은 이번 계약을 통해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마헨지 광산을 소유한 블랙록마이닝 지분 총 19.9%를 보유하게 됐다. 앞서 포스코홀딩스가 2021년 블랙록마이닝 지분 15%를 확보했는데 이번에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을 통해 지분 비중을 늘린 것이다. 블랙록마이닝은 이번 투자를 바탕으로 올해 안에 광산 개발을 위한 착공을 시작하고 2026년부터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마헨지 광산의 흑연 매장량은 약 600만 톤으로 세계 2위 규모로 알려졌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미 지난해 블랙록마이닝의 자회사인 탄자니아 파루 그라파이트에 1000만 달러(약 134억 원)를 투자해 25년간 75만 톤의 천연 흑연을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향후 2차 계약을 통해 추가로 연 3만 톤의 흑연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연합(EU)의 핵심원자재법(CRMA)의 제재를 받지 않는 음극재 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에 국내 친환경차 공급망의 글로벌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이번 계약을 통해 마헨지 광산에서 생산되는 흑연에 대한 글로벌 판매권도 확보했다. 흑연을 조기 확보해 공급망을 구축하는 한편 흑연 트레이딩으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 관계자는 “마헨지 광산의 연간 흑연 생산량은 국내 연 흑연 소비량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유사시 국가 광물 자원 안보 차원에서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올 3월 장인화 회장이 취임한 후 2차전지 풀밸류체인 구축 전략을 선제적으로 실행하고 있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직전 일시적 수요 둔화)을 오히려 기회로 인식해 리튬 염호·광산 등 우량 자산을 적극적으로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장 회장은 “앞으로도 철강 및 2차전지 소재 산업 등 국가기간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는 사업을 지속 발굴할 계획”이라며 “국가 안보에도 기여할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그룹의 산업 포트폴리오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