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내 증시는 한마디로 추풍낙엽처럼 무너졌다. 특히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외국인 이탈이 심화하면서 낙폭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조정 국면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다가올 경기 지표에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83.83포인트(3.15%) 하락한 2580.80, 코스닥은 28.62포인트(3.76%) 빠진 731.75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958개 종목 가운데 90%에 해당하는 862개 종목이 하락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9865억 원, 7308억 원 순매도한 반면 개인은 나 홀로 1조 6485억 원을 순매수했다.
대표 종목인 삼성전자(005930)는 3.45% 빠져 간신히 7만 원을 지켰다. SK하이닉스(000660)는 무려 8.02% 급락한 15만 4800원에 마쳐 3월 20일 종가(15만 6500원) 이후 처음으로 15만 대로 주저앉았다. 외국인이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5180억 원, SK하이닉스는 3429억 원어치 팔아치운 게 직격탄이었다. 외국인의 코스피 전체 순매도 가운데 87.3%가 두 종목에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 우려로 시장의 과민 반응이 나타났다며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엔비디아의 현 주가가 먼 미래에 대한 기대까지 투영하고 있어 투자자 불안감이 크다”면서 “미국 경기지표도 ‘좋다’ ‘나쁘다’ 양방향이 혼재돼 있어 경기 침체 우려로 주가가 빠졌다고 하기는 무리”라고 짚었다.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 8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가) 기대치보다 낮았지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올 들어 투자금이 인공지능(AI)·반도체 빅테크로 대거 쏠리면서 지표가 어떻게 나오든 일단 챙기고 보자는 식의 심리가 저변에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엔화가 강세를 띠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매물이 출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투심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속속 발표될 지표에 따라 시장이 출렁거릴 가능성은 더 커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추석 연휴 전까지 반등 시도가 있겠지만 증시 상승은 힘들 것”이라며 “주말에 발표될 미국 8월 고용 지표가 예상보다 안 좋으면 낙폭이 커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CM), 일본은행 금융정책위원회 등 주요 이벤트가 남아 있는 만큼 주식을 줄이고 현금 비중을 늘리는 것을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엽 신한투자증권 이사는 “확연한 주도주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당분간 많이 빠졌던 종목들 중심의 순환매 장세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 연구원은 “경기 둔화의 영향을 덜 받고 수급 부담이 적은 금융주·헬스케어·2차전지 등의 종목을 추천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