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국민연금 보험료율 13%로…세대별 인상폭 차등 적용

◆정부 국민연금 개혁안 공식 제안

소득대체율도 40%→ 42%로 상향

50대 보험료율 4년간 年 1%P 인상

20대는 16년간 0.25%P씩 올려는 식

기초연금도 2027년 40만원으로 인상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개혁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은 지금의 42%를 유지하는 내용의 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소득대체율 인상은 최소화하는 대신 기초·퇴직연금을 강화해 실질적인 노후 소득을 보장하고 연금재정의 건전성도 지키겠다는 내용이다.



보건복지부는 4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연금 개혁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관련 기사 3·4면 본지 8월 26일자 1·8면 참조

보험료율은 13%로 4%포인트를 올리되 연령별로 인상 속도를 차등화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50대는 매년 1%포인트 △40대는 0.5%포인트 △30대는 0.33%포인트 △20대는 0.25%포인트 인상하는 방식이다. 50대는 4년에 걸쳐 보험료가 단계적으로 상승하며 20대는 16년에 걸쳐 인상하는 구조다. 정부안대로 법이 개정될 경우 보험료율은 1998년 이후 26년 만에 인상이 이뤄진다.

2028년까지 40%로 조정하기로 했던 소득대체율은 42%로 유지한다. 기존 계획과 비교하면 대체율을 2%포인트 높이는 셈이다. 소득대체율은 가입 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액 비율을 뜻한다. 앞서 여야는 보험료를 13%까지 인상하는 데는 합의했지만 소득대체율(42~44%) 범위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노후 소득 보장은 기초·퇴직·개인연금 등을 통해 보완한다. 기초연금의 월 지급액을 2027년까지 40만 원으로 올리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출산과 군 복무 가입 기간을 인정해주는 방식으로 크레딧제도도 강화할 계획이다. 기금 수익률도 4.5%에서 5.5%로 1%포인트 높인다. 인구나 경제 상황에 따라 연금액이 자동으로 바뀌는 자동 조정 장치 도입을 검토한다. 장치 도입 시 기금 소진 시점은 현재 2056년에서 최대 2088년까지 늦춰진다. 연금 지급 보장도 법에 명시하기로 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재정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15%까지 올릴 필요가 있다”면서도 “국회에서 논의된 수준에서 연금 개혁 방안을 정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복지부가 보험료 인상 속도를 차등 적용하기로 한 것은 국민연금에 대한 2030 세대의 불신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공적연금 보험료를 올리면서 세대별로 인상 속도를 다르게 적용한 국가는 없다. 제도 도입 시 한국이 첫 번째 나라가 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청년 세대와 만나 이야기해보면 차라리 소진되기 전에 기금을 헐어 나눠 달라는 말도 한다”며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청년 세대들에게 신뢰받는 개혁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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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민연금 지급 보장을 법률에 명문화하겠다고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복지부가 국민연금 가입자 28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세대 간 형평성을 높이기 위해 보험료 인상 속도를 차등 적용하는 데 응답자의 65.8%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50대는 매년 1%포인트씩 4년 동안, 40대는 0.5%포인트씩 8년 동안 보험료율을 인상할 계획이다. 같은 방식으로 30대의 보험료율은 매년 0.33%포인트씩 12년간, 20대의 보험료율은 0.25%포인트씩 16년간 올린다. 내년부터 보험료 인상이 시작될 경우 2040년부터는 모든 가입자가 13%씩 내게 되는 구조다. 기준소득월액이 올해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수준인 299만 원인 사람은 현재 매달 26만 9100원의 보험료를 부담하고 있지만 보험료 인상이 마무리되면 38만 8700원을 내야 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50대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415만 원이었다. 서울경제신문의 추정 결과 정부안대로 연금 개혁이 이뤄지면 제도 적용 첫해 기준으로 50대는 한 달에 4만 1500원, 연 49만 000원을 더 내야 한다. 반면 20대의 추가 보험료 부담은 한 달에 6375원, 연간 7만 6500원에 그친다. 평균 근로소득(255만 원)은 물론 인상 폭(0.25%포인트)도 50대보다 낮기 때문이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30대는 한 해 동안 15만 84원, 40대는 26만 2800원을 추가로 납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대별로 보험료 추가 납부 부담이 단순 계산으로 6.5배까지 벌어지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 연금법 개정을 거쳐 2026년 예산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제도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중장년층의 반발이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강구 한국개발연구원(KDI) 책임연구위원은 “50대는 비자발적 퇴직을 경험하는 시기”라며 “급격한 보험료 인상이 부담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6월 기준 연금 수령 기준인 가입 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한 50대 가입자는 208만 명으로 전체(675만 명)의 30.8%에 달했다. 석 교수 역시 “50대는 노부모를 봉양하는 동시에 아직 취업하지 못한 자식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는 ‘더블 부양’ 사례가 많다”며 “사적 부양 비용을 고려하면 오히려 50대가 역차별을 받게 될 수도 있다. 제도를 보다 면밀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보험료율 차등 인상과 함께 기금 수익률을 높여 재정 안정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지난해 5차 재정 추계 당시에는 기금 수익률을 4.5%로 설정했는데 이를 5.5%로 올려 잡았다. 지난 30년간 국민연금 평균 수익률이 5.92%에 달하는 데다 향후 5년간 수익률 목표도 5.4%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소득대체율 인상 폭은 2%포인트로 최소화한다.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층 연금 체계 전체의 내실을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크레딧 제도를 확대해 국민연금 실질 소득대체율을 끌어올린다. 연금 급여액 결정에 직결되는 가입 기간을 늘려주는 방식이다. 둘째 아이부터 제공되던 출산 크레딧은 첫째부터 제공한다. 6개월만 인정되던 군 복무 크레딧은 복무 기간 전체로 확대한다. 기초연금 급여는 2027년까지 40만 원으로 올린다.

퇴직연금은 가입률과 수익률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 대기업부터 시작해 모든 사업장에 퇴직연금 가입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지금은 퇴직연금 제도 도입 이전에 실시하던 퇴직금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이를 퇴직연금으로 일원화할 계획이다. 퇴직연금을 연금 방식으로 수령하지 않고 일시불로 찾아가는 문화도 개선한다.

정부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다음 달부터 현물 이전을 허용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퇴직연금 운용사를 바꾸려면 일시불로 찾은 뒤 새로 가입해야 했는데 자유로운 이전을 허용해 금융사 간 경쟁을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가입자들이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도록 인공지능(AI)이 운용하는 ‘로보어드바이저(RA)’ 일임 계약을 허용하는 방안도 12월께부터 시범 적용한다.


세종=주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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