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스타트업을 위주로 투자하는 미국의 벤처캐피털(VC)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글로벌 진출이 화두인 국내 스타트업들이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는 데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빅테크 기업들도 기술력을 가진 한국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어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문턱이 보다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누멘벤처스(Numen Ventures)는 올해 5월 미 캘리포니아주 서니베일에 설립됐다. 이 업체는 실리콘밸리의 창업 지원기관 '씽크토미(Thinktomi)'의 핵심 멤버들이 차린 곳이며 씽크토미의 창립자인 마노지 페르난도(사진)가 매니징 파트너로 참여했다. 페르난도 파트너는 과거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기업가정신을 강의하는 등 한국 기업문화에 해박하다.
누멘벤처스는 한국과 미국 간 크로스보더 벤처 투자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이미 북미 사업 추진을 희망하는 국내 초기 창업기업을 모집하는 등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이 업체의 차별점은 통상적인 VC 업무 영역을 넘어 한국 스타트업의 북미 시장 진출을 위한 다양한 지원에 나선다는 점이다.
페르난도 파트너는 서울경제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누멘벤처스는 미국 시장에서 잠재력을 가진 유망한 한국 기업을 발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자금조달뿐만 아니라 마케팅, 영업, 운영, 법률 등 업무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이 맡기 어려운 현지 조사도 대신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한국 스타트업이 창업 초창기부터 미국에서 사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페르난도 파트너는 “우리의 철저한 시장 분석 및 실사를 기반으로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 시장에서 법인을 설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현지 투자자 네트워크에 연결하는 역할을 통해 시드 투자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누멘벤처스는 자체 펀드를 결성해 한국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할 예정이다.
미국 내에서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은 비단 VC 업계만은 아니다. 빅테크 기업들도 오픈 이노베이션 차원에서 국내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확대 중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엔비디아로 시나몬, 로민, 그레이비랩 등 AI 스타트업들이 최근 엔비디아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인 ‘엔비디아 인셉션’에 선정됐다. 이 프로그램에 뽑힌 기업은 기술, 마케팅 지원은 물론 VC 연결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내 창업 생태계의 미국 진출 지원도 강화되는 추세다. 아산나눔재단은 지난해부터 초기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지원하는 ‘아산 보이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두 배로 증가한 총 20개팀이 선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