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대책으로 과거 정부가 실패했던 시간제 일자리를 정규직으로 바꿔 재추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일·육아 병행을 위해 자유롭고 안정적인 고용 형태 일자리를 정부가 나서 늘리자는 것이다. 관건은 시간제 일자리는 ‘나쁜 일자리’란 우리 사회 인식을 넘을 수 있느냐다.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5일 여성리더네트워크와 한국오가논이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주최한 제4차 미래여성경제포럼의 주제 발표자로 나서 “시간제 일자리 정책을 선진국 사례를 토대로 문제점을 보완해 재추진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여성의 경력단절 해결을 저출생 대책의 우선 순위로 뒀다. 여전히 여성이 가정에서 맡고 있는 출산과 돌봄 역할이 크고 성별 임금격차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경력단절 이후 다시 사회로 복귀한 여성이 늘 기존 일자리 보다 저임금 일자리로 가는 악순환을 끊자는 얘기다.
홍 교수는 “(제안하는) 시간제 일자리는 정규직 원칙을 적용한 단시간 정규직”이라며 “네덜란드, 스웨덴 등 유럽처럼 임금과 노동시간 비례 원칙이 적용되고 사회보장 혜택, 휴가 등 기업 내 혜택도 동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홍 교수는 2022년 비취업 여성이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고 답한 설문조사를 주목했다. 저출생과 고령화 등 우리나라가 마주한 사회 문제를 먼저 겪은 일본도 최근 단시간 정규직 제도를 도입했다.
관건은 시간제 일자리를 어떻게 정규직화할 수 있을지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모두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추진했다. 당시 노동계는 이 일자리가 업무량을 줄이지 못하고 차별이 심해지는 등 근로조건 악화를 만들 수 있다고 반대했다. 김경선 미래여성경제포럼 대표는 “초저출생·초고령 사회의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라며 “단순 시간제 일자리가 아니라 정규직 시간제 일자리는 정부가 충분히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