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한 천재 시인 이상(1910~~1937)의 유고 노트 원본이 발견됐다. 국립한국문학관은 5일 이상이 일본어로 남긴 유고 노트를 원본으로 확정했다며 노트 일부를 선보였다.
총 70페이지 분량인 이 노트에는 ‘공포의 기록’, ‘1931년’, ‘불행한 계승’ 등 이상이 세필로 깨알같이 쓴 습작 23편이 담겼다.한국문학관은 전문가 검증을 거쳐 유고 속 자필 서명과 이상의 소장품이던 ‘전원수첩’ 속 일본어 필체를 비교해 이를 원본으로 결론지었다. 검증에 참여한 김주현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이상의 일본어 필체가 남아 있는 자료가 많지 않다”며 “이번 유고에는 이상의 자필서명이 남아 있는데 그 필체가 ‘전원수첩’에 실린 것과 동일하다”고 근거를 설명했다.
이상은 프랑스 소설가 쥘 르나르의 ‘전원수첩’ 속표지에 자기 자화상과 일본어 낙서, 자필 서명 등을 남겼다. 이 한 장 짜리 속표지는 그의 일본어 필체를 확인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료로 꼽힌다.
이 노트는 문예지 ‘현대문학’을 창간한 조연현 평론가의 유족이 기증했다. 조 평론가는 1960년에 유고 노트 뭉치를 전달 받았다고 밝혔으며 ‘현대문학’, ‘문학사상’ 등을 통해 번역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일본어 원문을 공개하지 않고 번역본만 선보여 많은 연구자가 실물 원본을 찾아왔다.
이번 유고 원본은 오는 28일부터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리는 국립한국문학관 소장 희귀자료 전시 ‘한국 문학의 맥박’에서 일반에게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