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4승이자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베테랑과 화끈한 장타로 구름 갤러리를 몰고 다니는 스타, 그리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휴식기에 국내 대회에 나선 해외파. 여기에 올해 신인이 포함된 4파전이라면 우승 예상은 앞선 세 선수에게 몰릴 게 당연했다. 베테랑은 배소현(31), 장타 스타는 윤이나(21), 미국파는 성유진(24)이다. 그리고 루키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인전 동메달의 유현조(19·삼천리)다.
8일 경기 이천의 블랙스톤GC(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KB금융 스타챔피언십. 내로라하는 추격자들을 다 물리치고 유현조가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우승했다. KLPGA 투어 통산 3승의 성유진을 2타 차로 따돌렸다. 상금은 2억 1600만 원. 신인 선수가 메이저 대회에서 투어 첫 승을 따낸 것은 2013년 한국여자오픈 전인지 이후 11년 만이다. 신인상 포인트 1위를 달리던 유현조는 데뷔 첫 우승과 함께 신인상 타이틀 굳히기에 들어갔다.
1타 차 단독 선두로 4라운드를 출발한 유현조는 버디 5개와 보기 2개로 3타를 줄였다. 8번 홀까지는 보기만 2개였는데 9~13번 다섯 홀에서 3연속 버디를 포함해 버디 4개를 쏟아부었다. 아이언 샷이 약속한 듯 핀 근처로 모여들었다.
유현조는 첫날 공동 2위, 2라운드 공동 선두, 3라운드 단독 선두에 오른 끝에 최종일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4라운드 전반까지 유현조는 윤이나와 같은 9언더파 공동 3위였다. 배소현과 성유진은 각각 11언더파와 10언더파. 단독 선두를 되찾은 것은 11번 홀(파4)이었다. 핀까지 119야드를 남기고 친 두 번째 샷이 70㎝에 붙었다. 두 홀 연속 버디. 다음 홀에서 성유진에게 공동 선두를 허용했지만 13번 홀(파3) 버디로 다시 단독 1위를 잡았다. 티샷 미스에 따른 몇 차례 위기를 절묘한 파 퍼트 성공으로 잘 넘어간 유현조는 17번 홀(파4)에서 쐐기를 박아버렸다. 18m에서 친 롱 버디 퍼트가 그대로 들어간 것이다. 표정이 없던 유현조는 그제야 손가락 하나를 번쩍 올리며 환하게 웃었다.
네 살 때 놀이로 골프를 시작한 유현조는 할머니가 운영하는 스크린골프장에서 역시 놀면서 기량을 키웠다. 지난해 KB금융 대회에 아마추어 추천선수로 참가했는데 공동 14위로 깜짝 활약했다. “그렇게 어려운 코스(블랙스톤 이천)는 처음이었다”는 설명. 1년 만에 바로 그곳, 그 대회에서 우승까지 내달린 것이다. 어릴 적 갤러리로 당시 국내에서 뛰던 김효주를 응원했었는데 김효주가 참가한 대회에서 트로피를 들었다. 유현조는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열렬한 팬이고 그의 아버지는 한화 이글스의 팬이다.
경기 후 유현조는 “드라이버 아닌 우드 티샷이 많았다. 최대한 페어웨이를 지키면서 두 번째 샷 때 좋아하는 거리를 남기자는 전략이었다”며 “한 번 더 우승하는 것과 신인상 수상이 목표”라고 했다.
배소현은 후반에 보기 3개가 몰리면서 1타밖에 못 줄여 9언더파 공동 4위에 만족했다. 2타를 줄인 시즌 1승의 윤이나는 10언더파 3위다. 상금 1위인 박지영은 김효주와 같은 6언더파 공동 8위. 박지영은 가장 먼저 시즌 상금 10억 원을 돌파했고 대상 포인트에서도 박현경을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