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당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해 “대한민국 주식시장을 선진화시킨 다음 시행해도 늦지 않는다”며 적용 유예를 주장했다. 당 지도부인 최고위원이 공개적으로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투세 도입을 늦추자고 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최고위원은 9일 오전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해야 한다는 조세의 대원칙에는 전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금투세를 무리하게 시행할 경우 주식시장에 참여한 1400만명 국민들이 투자손실 우려 등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주식시장을 육성하고 활성화하는 것이 선진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우리 민주당의 궁극적 정책 목표”라며 “부동산 위주의 자산증식 방법을 탈피하고 자본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특히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오른 상황에서는 자본시장이야말로 서민들의 계층이동 사다리”라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현재 주식시장은 17년째 ‘2000대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상황”이란 점을 꼬집었다. 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국내 상장기업의 가치가 저평가된 점도 고려해야 한다”며 “(한국 시장이) 더 매력적인 시장이 된 뒤 금투세를 도입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론은 아직 정하지 않았지만, 당내에 저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며 “신중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을 향해선 “한동훈 대표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상법 개정에 동의하는 것으로 안다”며 “상법 개정 등 주식시장 선진화를 위한 진정성을 국민에게 보여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최고위에서 금투세 유예론이 공개적으로 나오면서 24일 예정된 당내 금투세 토론회에서 ‘유예·폐지·보완’ 쪽으로 힘이 쏠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재명 대표 역시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금투세에 대한 ‘유예 혹은 완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