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는 미국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기조를 전환해 9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7월 의사록과 잭슨홀 미팅에서 파월 총재가 한 연설이 가리키는 방향이다. 7월 미국의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대비 2.9%를 기록하며 2%대로 진입했다는 점과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예상치를 밑도는 추세가 5월 이후 이어진다는 점, 지난 3월 3.8% 수준에 머물던 실업률이 계속 상승해 7·8월에는 4.3%와 4.2%에 이른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미국 중앙은행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여건은 갖춰졌다고 판단된다.
금리 인하 예상은 환율 움직임에서도 감지된다. 6~7월 중 달러 당 1300원대 후반에서 등락하던 환율이 금리 인하 기대가 반영돼 최근에는 1300원대 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미국 주식시장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도 미국 경제가 경기침체에 진입했는지에 대한 논쟁과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섞여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임박했다고 예상됨에도 한국은행은 지난 8월 22일 기준금리를 3.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내수 진작을 위해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것으로 보이는 정부와 정치권은 한은의 금리 동결 결정에 대해 이례적으로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대로 미국 중앙은행이 9월에 금리를 인하하더라도 한은은 신중하게 금리를 결정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던 시기에 미국 중앙은행만큼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지 못한 한은은 2023년 7월부터 미국과 2%포인트 내외의 역전된 금리 격차를 유지해왔다. 그 결과 한은은 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미국에 비해 충분하지 않다. 따라서 성급한 금리 인하는 예상치 못한 충격이 있을 때 통화정책 운용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 또 당초 예상보다는 더디지만 내수도 회복 흐름을 재개하고 있고 수출도 정보통신(IT) 경기가 나아지면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7월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설비투자가 전월대비 10.1% 상승하면서 산업 생산은 괜찮은 상황으로 전환되고 있기에 통화정책 기조 변화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8월 금리 동결을 하면서 한은이 언급했듯이 최근 22주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서울 및 수도권의 주택가격 흐름은 금리 인하의 걸림돌이 된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한국의 금리 인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특례 보금자리론, 디딤돌 대출, 버팀목 대출 등 과도한 정책금융 등으로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주택가격이 상승하는 시기에 금리 인하는 주택가격 폭등을 야기하고 내수 회복을 더욱 더디게 만들 수 있다. 차크래보티·골드스테인·맥킨레이 교수 연구팀이 미국의 은행과 주택가격 데이터를 사용해 분석한 2018년 논문에 의하면 주택가격이 상승할 때 은행들이 기업들의 설비 투자를 위한 대출에서 모기지 등 주택담보대출로 대출 자금을 전환하기 때문에 주택가격 상승은 기업들의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또 주택가격 상승은 다주택자,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 고령층의 소비는 진작시키지만 세입자와 미래 더 큰 주택으로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 젊은 주택 소유자의 소비는 위축시킨다는 연구 결과들도 다수 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들을 종합하면 금리 인하가 주택가격 상승을 필요 이상으로 부추기면 오히려 내수가 위축될 수 있다. 게다가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 탓에 급증하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가계 대출이 금융 시장의 불안을 야기하는 새로운 뇌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현재는 금리 인하가 내수 진작보다는 내수 부진과 금융 시장 불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국가 경제를 운용하는 정부 부처와 한은의 시각이 다를 수 있다. 그리고 서로 다른 관점에서 상이한 경제 정책을 펴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고 견제와 균형의 관점에서 경제의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최근 금리 결정에 대한 정치권의 의사 표현이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수행해야 하는 한은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한은은 물가안정, 주택시장 동향과 금융안정을 고려해 신중하게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