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도넘은 K뷰티 유통 경쟁 [기자의 눈]

황동건 생활산업부 기자


이달 6일 서울 성수동 ‘무신사 뷰티 페스타’ 행사장은 평일 아침인데도 젊은 방문객이 물밀듯이 들어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남성 패션을 넘어 화장품 분야에까지 날로 커지는 무신사의 위상을 실감하게 했다. 다른 플랫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무신사 단독 상품이 집중적인 관심을 받았다. ‘비건 뷰티’ 등 저마다 특색을 갖춘 신진 브랜드 제품이었다.

하지만 이 행사에도 ‘옥의 티’가 있었다. 당초 부스를 꾸리기로 했던 화장품 업체들 중 10%가량이 행사 직전 갑작스레 참여 계획을 철회해서다. 이는 해당 업체들에 대한 CJ올리브영의 압박 때문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CJ올리브영은 이 때문에 10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현장 조사를 받았다.



무신사 역시 이와 꼭 닮은 의혹으로 지난달 말 공정위 현장 조사 대상이 됐다. CJ올리브영과 마찬가지로 ‘입점 업체를 상대로 타 플랫폼 진출을 제한하거나 자사에 유리하게 가격과 재고를 관리하게 했다’는 내용이 골자다. 공정위는 CJ올리브영과 무신사가 중소 입점 브랜드에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다른 판매 경로로의 진출을 제한했는지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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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만연한 이 같은 불공정거래 관행은 세계적인 ‘K뷰티’ 열풍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중소 규모 제조사를 중심으로 한국 화장품이 해외로 뻗어나가는 상황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위험이 높다. 장기적으로 화장품 제조 판매 생태계 자체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소 뷰티 제조사들은 “브랜드 역사가 올리브영 입점 전과 후로 나뉜다”고 말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1500만 명에 육박하는 패션 고객을 바탕으로 뷰티 분야를 개척 중인 무신사 역시 영향력이 만만찮다.

시장에 영원한 강자는 없다. CJ올리브영과 무신사의 ‘갑질’에 지친 업체들은 이미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올해 4월 LG생활건강에 이어 최근 아모레퍼시픽까지 다이소에 진출했다. 무명의 중소 뷰티 브랜드가 다이소 매대를 채웠던 이전과는 달라진 현상이다. 대기업까지 다이소 문을 두드리는 상황이 CJ올리브영과 무신사에게 뼈아픈 교훈을 준다.






황동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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