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이 반도체 산업 육성에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반도체특별법을 조만간 발의한다.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의 인프라 조성·운영, 생산시설 구축, 연구개발(R&D) 등에 예산을 직접 지원할 수 있는 규정을 둔다는 것이다. 건전 재정 논리로 난색을 표하는 기획재정부를 설득하기 위해 여당이 지원을 ‘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 대신 ‘할 수 있다’는 재량 규정을 두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통령 직속 반도체산업특별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소속 국가반도체산업본부를 설치하는 방안도 포함된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국가 대항전’으로 전개되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 경쟁에서 살아남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주요국들은 국가전략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거액의 혈세를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5년간 반도체 산업에 약 70조 원을 쏟아붓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고, 일본은 자국에 공장을 짓는 TSMC에 10조 원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이제는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반도체 지원 특별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다행히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반도체 지원법을 내놓고 있다. 김태년 의원은 반도체 기술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을 25~35%로 올리는 동시에 올해 일몰 예정된 세액공제 적용 기간도 10년 더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언주 의원도 5년 단위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기본계획 수립, 반도체특위 설치 등을 골자로 한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는 여전히 ‘대기업 특혜론’을 내세우며 반도체 지원법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정부가 지난해 반도체 투자세액공제율을 8~16%에서 15~25%로 올리는 ‘K칩스법’을 추진할 당시에도 민주당의 제동으로 이 법안이 뒤늦게 통과됐다. 또 K칩스법의 일몰 연장에도 소극적이어서 결국 21대 국회가 끝나면서 관련 법안이 자동 폐기됐다. 민주당은 ‘재벌 특혜론’을 멈추고 반도체특별법의 연내 처리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 민주당이 외치는 ‘먹사니즘(국민이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허언이 되지 않게 하려면 여야 대표 회담의 합의대로 민생·경제 살리기 협치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다. 정부도 보조금 재원 마련을 위한 반도체산업특별회계 설치 등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