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국회 ‘더 내는’ 방식에 초점 맞춰 연금 개혁안 조속히 처리해야


정부가 이달 초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한 뒤 여야 정치권이 연금 개혁 불발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신경전만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12일 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 장관들과 연금 개혁 정책 간담회를 가진 뒤 야당에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촉구했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소득대체율과 관련해 “(정부안 42%와) 더불어민주당에서 생각하는 45%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민주당도 이날 연금 개혁안 긴급 진단 토론회를 갖고 “정부 개혁안은 세대 갈라치기, 사실상 연금 삭감 방안”이라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산하 소위에서 논의하자”고 맞불을 놓았다. 여야가 다음 달 재·보선을 의식해 머뭇거리게 되면 연금 개혁 논의는 계속 표류하게 된다.



국민연금 개혁이 지체되면 다음 세대가 부담해야 할 재정 부족분이 연평균 52조 원, 하루 평균 1400억여 원씩 쌓이게 된다. 지금 추세가 이어지면 연금 기금이 2041년 적자로 전환되고 2056년에는 고갈된다.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더라도 민주당의 주장대로 소득대체율을 40%에서 45%로 올린다면 고갈 시점이 8년가량 늦춰질 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보험료율은 18.2%, 소득대체율은 42.3%다. 정부안대로 보험료율을 13%, 소득대체율을 42%로 높여도 OECD 회원국들과 비교하면 받는 돈은 비슷한데 내는 돈은 훨씬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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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이후 21년 만에 정부 단일안이 국회로 넘어왔다. 국회는 연금개혁특위를 구성해 개혁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여야는 기싸움만 벌일 게 아니라 ‘더 내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 연금 개혁안을 조속히 합의해 처리해야 한다. 연내에 처리하지 못하면 2026년 지방선거, 2027년 대선 등의 정치 일정으로 22대 국회에서도 연금 개혁이 물 건너갈 수 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모수 개혁 외에도 기초연금·퇴직연금을 포함한 구조 개혁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역대 정권에서 여야 정치권은 표심에만 신경 쓰면서 지속 가능한 연금 제도를 위한 개혁을 외면해왔다. 이번에도 눈앞의 정치적 이익만 생각하면서 연금 개혁을 지체하면 연금 재정을 고갈시키고 미래 세대에 더 큰 부담을 떠넘기게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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