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화, AI칩 계열사 '뉴블라' 정리…반도체 생태계 우려 [biz-플러스]

내달말까지 모든 사업서 철수

고용승계 없이 전원 해고 방침

비전넥스트·정밀기계는 지속

사피온 이어 토종 AI칩 위기감





한화그룹 빌딩. 사진제공=한화한화그룹 빌딩. 사진제공=한화


한화그룹이 시스템반도체 계열사인 뉴블라의 폐업을 결정했다. 삼성·SK 등 국내 대기업들이 한화처럼 인공지능(AI) 반도체 사업에서 한 발짝 물러나거나 신제품 개발에 난항을 겪으면서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확장세가 한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뉴블라 사업 철수와 함께 한국 본사와 영국 지사에서 근무하던 임직원을 고용 승계 없이 전원 해고할 것이라는 의사 결정을 내렸다.

뉴블라는 10월 말까지 회사와 관련된 모든 사업을 정리할 방침이다. 한화그룹의 또 다른 시스템반도체 계열사인 비전넥스트와 그로들, 반도체 장비 회사인 한화정밀기계는 사업을 이어간다.




뉴블라는 한화 반도체 신사업의 ‘아이콘’ 격이었다. 이 회사는 2021년 9월 한화의 또 다른 계열사인 한화임팩트에서 뉴럴프로세싱유닛(NPU) 태스크포스(TF)팀으로 출발했다. 당시 TF에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출신인 윤종희 뉴블라 대표를 영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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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스핀오프해 한화그룹 100% 지분의 독립 법인으로 출범했지만 3년 만에 사업 정리 수순을 밟는다. 한화그룹 측은 이 사안에 대해 “투자 비용에 비해 수익이나 미래 가치가 높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 추가 투자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이 뉴블라를 정리하는 배경으로 사업성 부진이 꼽힌다. 뉴블라는 NPU 기반의 AI 반도체를 개발했던 업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칩 설계 파트너인 세미파이브, 가온칩스와 AI 반도체를 협력 개발했지만 상용화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또한 최근 몇 달간 핵심 인력들이 다른 회사로 일자리를 옮기면서 사세가 크게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의 뉴블라 철수 외에도 최근 삼성·SK그룹 등 국내 대기업들이 AI 반도체 사업에서 한 발 물러서거나 개발 프로젝트에 제동이 걸리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네이버와 AI 반도체인 ‘마하’ 공동 개발을 추진했지만 모종의 이유로 프로젝트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8월 리벨리온과 AI 반도체 자회사인 사피온코리아와 리벨리온 사이의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SK텔레콤·SK하이닉스·SK스퀘어로 구성된 사피온 주주진이 회사 보유 주식의 3%(합병 후 기준)를 매각해 리벨리온 경영진의 1대 주주 지위를 보장하기로 한 내용도 포함됐는데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이 이 계약으로 사실상 AI 반도체 사업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AI 반도체 업계는 잇따른 대기업의 행보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앞으로 생태계 육성이나 투자 유치가 힘들어질 수 있어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AI 피크론 등으로 산업 분위기가 가라앉는 가운데 대기업의 결정은 국내 AI 반도체 회사들에 투자하려는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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