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우리 국민들은 당장 높은 소득을 보장받는 것보다 미래 세대의 불안을 덜고 연금 제도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연금 개혁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경제신문이 심층 인터뷰한 20~50대 성인 51명 중 60.8%는 ‘재정 안정’을 개혁의 중점 과제로 꼽았다. 특히 5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이 소득대체율 제고보다 연금의 지속성을 중시했다. 소득의 9%인 현행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정부 개혁안도 대체로 수용 가능하다는 입장이었다. 심지어 정부안보다 높은 15%의 보험료율도 감당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재정 안정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면 가입자 수, 기대 수명에 따라 연금 수급액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도 도입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지속 가능한 연금 제도를 위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국민 여론은 이미 무르익은 상태다. 정부도 21년 만에 단일 개혁안을 공표하며 연금 개혁 의지를 보였다. 그런데 정작 공을 넘겨받은 국회는 정부안이 나온 지 2주가 넘도록 논의의 첫 발도 떼지 못한 채 기싸움만 벌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정부안을 논의하자는 입장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안을 ‘갈라치기’ ‘꼼수’ 등으로 폄하하며 특위 구성을 거부하고 있다. 여야의 힘 겨루기와 대화 실종의 피해는 고스란히 미래 세대의 몫이다. 개혁 지체로 인한 재정 부족분은 연간 평균 52조 원씩 쌓여 이대로 가면 2056년에 기금 자체가 고갈되고 만다.
모처럼 시동이 걸린 연금 개혁 논의가 또다시 공회전하게 방치해서는 안 된다. 연금 개혁은 국민 생활 전반이 걸린 범부처 차원의 과제인 만큼 조속히 국회 특위를 구성하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 합의안을 도출해야 한다. 가야 할 개혁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국민연금 위기는 굉장한 사회 위기로 재정 안정이 우선해야 한다”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더 내는’ 방식에 초점을 맞춘 개혁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세대별 보험료 차등화,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 쟁점들도 충분한 토론과 설득으로 풀어가야 한다.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을 앞둔 지금이 개혁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여야는 정치적 득실 계산에서 벗어나 국가의 미래와 지속 가능한 국민 삶을 위한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