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북스&] 타인을 완전히 사랑하려면 서로의 '다름'까지 인정해야

■증명하는 사랑

파올로 조르다노 지음, 문학동네 펴냄





“전혀 다른 성향과 인생관, 가치관을 가진 사람과 과연 온전한 부부 생활을 할 수 있을까.” 결혼을 앞둔 연인들이 하는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다. 연인으로서 관계를 이어나갈 때는 전혀 보이지 않던 상대의 성격과 생각은 결혼을 하고 난 후에 꿈틀꿈틀 두 사람 사이에서 빠져 나와 상대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파올로 조르다노의 장편소설 ‘증명하는 사랑’은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육아, 진로, 삶이라는 현실을 살아가며 겪는 위기와 그 위기를 극복하는 사랑의 마음을 그린다. 저자 파올로 조르다노는 입자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물리학자이면서, 자신이 공부한 물리학을 일상과 연결해 현대인의 사랑을 이야기하는 독특한 소설가다. ‘증명하는 사랑’은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문학상을 수상한 그의 데뷔작 ‘소수의 고독’에 이어 국내에 소개되는 두 번째 장편 소설이다. 예리하고 현실적인 시선으로 젊은 부부의 절망과 고군분투하는 삶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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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나’와 노라는 어린 아들 에마누엘레를 낳고 난 후 위기를 맞는다. 해외로 이주해 커리어를 쌓고 싶어하는 ‘나’와 이탈리아에 머물고 싶어하는 노라는 의견이 맞지 않아 갈등하고, 일과 가정도 양립하지 못한다. 이렇게 어느 하나도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가정에 이웃 A부인이 구원처럼 나타난다. 두 사람은 A부인을 ‘바베트’라고 부르며 신뢰했고, A부인이 가사 도우미와 보모의 역할을 맡은 이후부터 가정에는 안정이 찾아온다. 그러던 어느날 A부인이 시한부 선고를 받으면서 다시 균열이 생긴다.

‘나’와 노라는 A부인을 흔들리는 가정의 중심축으로 생각했다. 그가 사라지자 가족의 삶은 다시 삐걱거린다. 이 가족의 근본적인 문제는 사실 A부인의 부재 혹은 존재가 아니었다. ‘나’와 노라, 그리고 아들간 관계는 A부인의 부재로 거의 단절됐고, 그를 대체할 사람을 찾지 못하면서 가족은 또 다시 위기를 맞는다. 가족을 이루기 전에는 매력으로 보였던 ‘나와 다른 성향’이 같이 살면서 두 사람 사이에 커다란 벽을 만든 셈이다.

저자는 소설 속에서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사랑이라는 감정 만으로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던진다. 두 사람에게 A부인은 누구였을까. 그는 세상이 규정하는 가족의 범주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는 두 사람의 피고용인이면서 동시에 부모였고 친구이자 동반자였다. 저자는 A부인을 통속적 가족 안에 포함시키며 ‘가족이란 무엇인지’ 독자들에게 질문한다. ‘나’와 노라, 아들, 바베트는 모두 분리된 개별적 존재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큰 애정을 갖고 서로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도 결국은 서로 분리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서로에게 오히려 녹아들 수 있다”고 말한다. 1만5000원.


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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