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정보통신업체이자 ‘기술 굴기’를 대표하는 화웨이가 미국의 대중 기술 제재가 해제되지 않아 중국의 반도체 제조 기술이 뒤쳐질 것으로 우려했다. 미국의 제재로 어려움이 크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화웨이지만 도전을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중국의 ‘기술 굴기’를 대표하는 화웨이의 반도체 기술 자립이 난관을 극복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22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열린 ‘2024 화웨이 커넥티비티’에서 쉬즈쥔 화웨이 순환회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미국이 중국에 대한 인공지능(AI) 칩 분야 제재를 장기적으로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제한으로 중국의 반도체 제조 기술은 상당 기간 “뒤쳐질 것”이라고 지적하며, 이는 중국이 생산할 수 있는 칩의 역량에 제한이 있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쉬 회장은 화웨이의 첨단 반도체 구매 능력을 제한하기 위한 미국의 제재가 컴퓨팅 파워에서 자립을 달성하려고 노력하는 화웨이에게 ‘도전과 기회’를 모두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의 핵심 전략은 AI 혁신이 제공하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고 컴퓨팅, 스토리지, 네트워크 기술 간의 시너지를 통해 혁신하는 것”이라며 “회사가 장기적인 컴퓨팅 파워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얻을 수 있는’ 칩 제조 공정을 기반으로 다양한 컴퓨팅 파워 솔루션을 개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상황의 반전을 위해 화웨이는 독립적이고 지속 가능한 컴퓨팅 산업을 구축하려고 혁신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쉬 회장의 발언은 스마트폰을 포함한 화웨이의 주요 사업을 마비시킨 미국 정부의 기술 봉쇄 정책을 깨겠다는 화웨이의 의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라고 차이신은 해석했다.
미국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인 2019년 5월 상무부가 허가를 받지 않는 미국 기업에 대한 첨단 반도체의 접근을 차단하며 화웨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 조치는 화웨이가 미국 외부에서 제조된 칩을 구매할 수 있는 허점이 있었다. 그에 따라 상무부는 후속 조치로 2020년 5월 미국 반도체 제조 장비를 사용하는 외국 반도체 제조업체가 화웨이로 판매하기 전에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요구했다. 이 조치는 화웨이에 맞춤형 반도체 생산을 하는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한다고 여겨졌다. 이후에도 화웨이를 겨냥한 미국의 제재는 이어졌다.
화웨이는 미국의 영향을 받지 않는 반도체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국내 파트너를 모집했다. 이런 노력은 2023년 8월 어느 정도 결실을 맺었다. 화웨이는 자체 설계한 기린 9000s 칩이 장착된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를 출시해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최첨단 기술력은 아니지만 미국의 제재를 뚫고 반도체를 만들어냈다는 점에 미국의 충격은 컸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제재에 중국이 자체 역량을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 엔비디아의 AI 칩을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화웨이의 어센드 시리즈가 엔비디아의 대항마로 꼽히긴 하지만 외신에 따르면 엔비디아에 비해 성능이 뒤쳐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두번 접히는 트리폴드폰을 세계 최초로 내놓고 자동차 업계와 협업으로 자율주행 차량 기술력 등을 드러내고 있지만 원천 기술인 반도체 분야에선 아직까지 부족함이 크다는 지적이다.
쉬 회장은 향후 5년 동안 화웨이는 자체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를 늘릴 예정이며, 이를 통해 회사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컴퓨팅 파워 공급업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