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특별한 기술이 있어야 창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땅콩을 으깨 피넛버터를 만들 수 있으면 기업을 만들고 브랜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과 차이점입니다.”
기업가정신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교육 방식을 개선해 창의성을 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가 23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개최한 ‘기업가정신 어떻게 재점화시킬까’를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나온 목소리다. 창업 정신을 꺾는 다양한 정부 규제를 사전 허가제에서 사후 단속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세미나의 주제발표는 미국 출신 방송인이자 웨이브엔터테인먼트의 공동창업자인 타일러 라쉬가 맡았다.
그는 “생각하는 무엇인가를 꾸준히 해내는 틀이 기업”이라며 미국에서 창업이 활성화된 이유로 창의성을 계발하는 교육 방식을 꼽았다. 그는 과거 미국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을 수학적으로 분석해 섬유 원단을 디자인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이 같은 창의성 교육이 창업을 위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국내 규제 체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내놓았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창업 전반에 허가 과정이 필요 없지만 한국은 준비 단계에서부터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을 일일이 따져야 해 걸림돌이 많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국 정부가 중소기업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이들 기업이 자생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타일러 라쉬는 “한국은 사전허가를 받지 못하면 리스크가 크다고 판단해 사업추진을 머뭇거리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처럼 사후 단속 위주로 규제를 운영한다면 젊은 층의 창업을 통한 도전과 실험이 훨씬 많아지고 스타트업 기업의 성장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며 “한국은 국가 산업생태계 차원에서 중소기업을 정책적으로 육성하고 있지만 미국은 중소기업이 시장에서 자생적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소기업은 3320만 개에 달할 만큼 미국은 소기업을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벤처 컨설팅 스타트업 플랜씨와 교육 플랫폼 클라썸 등의 창업자들이 참가해 규제 개선 및 샌드박스 확대 등을 건의했다.
최성진 플랜씨 대표는 “혁신적인 생태계 조성을 위해 기업가정신 확산의 걸림돌이 되는 우리 사회의 촘촘한 규제와 위험 회피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창범 한경협 상근부회장은 “빅테크 기업이 많이 배출되는 미국처럼 기업가정신이 마음껏 발휘되는 제도를 보장하고 사회 전반에 기업을 존중하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협은 또 기업가정신 관련 연구, 제도 개선 건의,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 마련 등을 통해 기업가정신 사업을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