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고려아연 최씨 일가와 영풍(000670) 장씨 일가 사이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그동안 급등하던 영풍 주가가 하루 만에 30% 가까이 추락했다. 거래소는 영풍과 영풍정밀(036560)을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하고 증권사들도 앞다퉈 ‘빚투(빚내서 투자)’ 빗장을 걸어 잠그고 나섰다. 공개매수 테마에 편승해 단타수익을 내려는 개인투자자들이 자칫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영풍은 전 거래일보다 16만 7500원(29.39%) 폭락한 40만 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하한가 부근인 40만 원까지도 추락했다. 이는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한 지난 13일 이후 4거래일 만에 첫 하락세다.
12일 종가 기준 29만 7000원이던 영풍 주가는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3거래일 만에 91.9% 치솟았다.
이날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 대비 1만 2000원(1.63%) 하락한 72만 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영풍 하락세에 비하면 선방했다는 평가지만, 여전히 공개매수가인 66만 원을 넘어선 수준이다. 주요 관계사로 역시 공개매수가 진행 중인 영풍정밀은 같은 기간 4.14% 오른 2만 1400원에 마감했다.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는 주당 2만 원이다.
거래소는 이날 영풍과 영풍정밀에 대해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하고 고려아연은 단기과열종목으로 지정예고했다. 투자경고 종목을 매수할 경우 위탁증거금을 100% 납부해야 하고 신용대출이 불가능하다. 만약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후 특정일 주가가 지정일 전일 및 직전 매매거래일 주가보다 높거나 이틀간 주가 상승률이 20% 이상이면 1일간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도 잇따라 신용대출 관리에 나섰다. 한국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지난 경고종목 지정예고가 나왔던 지난 20일 일찌감치 영풍과 영풍정밀에 대한 위탁증거금률을 100%로 올리고 신용대출 불가 종목으로 분류했다. 다른 증권사들 역시 이날부터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영풍과 영풍정밀에 대한 신용대출 추가실행, 만기연장 등을 막았다. 삼성증권(016360)은 아예 고려아연, 영풍, 영풍정밀의 신용공여 총한도를 축소했다. 개인별 한도 축소가 아닌 총한도를 축소해 보다 보수적으로 신용대출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설명이다.
KB증권은 고려아연에 대해서도 신용대출 한도를 개인당 최대 20억 원에서 1억 원으로 대폭 줄이고 위탁증거금률도 기존 20%에서 40%로 인상했다.
KB증권 관계자는 “고려아연·영풍정밀·영풍의 주가 시세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신용공여한도를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추진 중인 영풍은 “최윤범 회장의 전횡을 막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스스로 팔을 자르고 살을 내어주는 심정으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MBK)에 1대 주주 지위를 양보했다”고 주장했고 영풍과 함께 공개매수에 나선 MBK는 “고려아연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는 건 ‘배임 리스크’”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고려아연은 오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영풍의 경영권 인수 시도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