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전통 ‘강자’로 군림했던 기업들의 몰락이 잇따르고 있다. ‘반도체 제왕’으로 불렸던 인텔은 모바일, 인공지능(AI) 시대 흐름에 뒤처져 인수합병(M&A)의 먹잇감으로 거론되고 있다. 세계적 자동차 업체인 독일 폭스바겐그룹은 전기차로의 전환을 미루고 디젤엔진 기술에 매달리다가 미래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고 창사 87년 만에 처음으로 자국 공장 일부를 폐쇄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글로벌 명품 의류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영국 버버리그룹도 트렌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소비자와 투자자의 외면을 받다가 최근 런던 증시의 대표지수인 FTSE100에서 15년 만에 탈락했다. 혁신과 변화는 기업 생존을 위한 필수 덕목이다. 지금과 같은 산업 대전환의 시대에는 혁신적 사고로 무장하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기업가정신을 잃어버리면 치열한 글로벌 경제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현실에 안주하다가 한순간에 추락하는 글로벌 기업들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불굴의 기업가정신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 각박한 환경에서도 대규모 반도체 사업 투자를 결정한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과 맨땅에서 조선·자동차 산업을 일군 현대 창업주 정주영 회장 등의 도전정신이 정부의 뒷받침, 국민들의 노력과 맞물려 경제성장을 낳았다. 그러나 일부 세력의 반기업 정서 조장 등으로 기업가정신이 훼손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23일 개최한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은 “기업가정신 위축으로 기업들이 성장 절벽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혁신을 일구는 기업가정신은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이라고 봤다.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은 신산업을 선도하는 혁신적 기업을 끊임없이 배출하기 때문이다. 그 밑바탕에는 왕성한 기업가정신이 흐르고 있다.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아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이·정 회장 등이 보여준 기업가정신을 되살려 혁신의 주체인 기업들의 도전과 창의를 북돋아줘야 한다. 그러려면 낡고 과도한 규제를 혁파하고 전략산업에 대한 전방위 지원 등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민관이 힘을 모으고 국회는 입법으로 뒷받침해 기업들이 경제성장의 불씨를 재점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