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고려아연, 영풍·MBK 공개매수 저지 나선다…글로벌 백기사 확보 총력 [시그널]

최윤범 회장 등 오너가, 협력사 전방위 접촉

한투·소프트뱅크 등 등판 설에도 아직 베일

MBK "높은 가격 매수시 혜택 기대…배임 가능성

대항공개매수 나서도 투자금 회수 방안 없어"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 측이 영풍(000670)·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에 맞서 글로벌 메이저 광산 기업을 백기사로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에서는 수세에 몰린 최 회장 측이 한화·한국투자증권·스미토모·소프트뱅크 등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 협력 기업까지 전방위 물밑 접촉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주 추석 연휴 동안 일본 도쿄를 찾아 세계 최대 광산 기업인 BHP 일본법인 소속 고위 관계자와 회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최내현 켐코 회장과 최주원 아크에너지 대표, 최민석 스틸싸이클 사장 등 고려아연 계열사를 이끄는 오너가 일원들도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해외 광산 기업과 접촉했다. 이들 3명의 경영자는 모두 최 회장과 사촌지간이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은 호주에 비철금속 제련 및 신재생에너지 거점을 두고 있어 장기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현지 에너지 기업들과 지분 유치 타진에 나섰다. BHP의 본사가 호주에 있으며 영국계 메이저 광산 회사인 리오틴토 또한 호주 광산을 통해 다양한 광물을 생산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제안을 받은 광산 기업들은 고려아연 지분 1.49%를 확보한 글로벌 원자재 중개 기업 트라피구라의 사례에 주목하며 투자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2차전지 소재 신사업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한 트라피구라는 켐코가 울산에 짓고 있는 니켈 제련소 투자에도 동참했다. 트라피구라는 향후 켐코에 연간 2만~4만 톤 규모의 니켈을 공급하고 켐코가 이를 제련한 황산니켈을 받기로 했다. 이 황산니켈은 중국산 배터리 소재를 배제하는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만큼 다른 글로벌 기업의 공급 요청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MBK 측은 “고려아연 지분을 소유한 트라피구라, 글렌코어, 일본 스미토모 등 납품·협력 업체들이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높은 가격으로 지분을 매수해주는 것은 가능하다”면서도 “반대급부로 고려아연으로부터 혜택을 받으려 할 것이기 때문에 배임적 성격의 거래가 돼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 회장은 일본 도쿄에서 재무 담당 임원과 함께 글로벌 투자회사 일본 소프트뱅크 측과 회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은 2022년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일본 소프트뱅크가 스위스의 에너지저장장치(ESS) 개발 업체인 에너지볼트에 투자할 당시 5000만 달러(약 600억 원)를 투자하면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또 일본의 대형 종합상사 스미토모 등과도 만나 협력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이 외에도 베인캐피털 등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들과 접촉하고 한국투자증권을 통해 주식담보대출을 검토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 회장은 추석 연휴 직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회동하기도 했다. 현재 한화그룹은 고려아연 지분 7.76%를 보유하고 있다.

이날 한국앤컴퍼니와 휴스틸·한국금거래소 등 고려아연 고객사 80여 곳은 MBK·영풍으로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고려아연이 생산하는 아연과 연, 반도체 황산 등 국가기간산업 핵심 소재의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며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MBK 파트너스와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취임한 지난 2019년 이후 악화한 고려아연의 재무구조를 지적하며 재무 건전성 회복을 위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겠다고 주장했다. 뉴스1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MBK 파트너스와 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취임한 지난 2019년 이후 악화한 고려아연의 재무구조를 지적하며 재무 건전성 회복을 위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서겠다고 주장했다. 뉴스1


최 회장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MBK는 강하게 반발했다. MBK는 “대항공개매수와 같은 대규모 투자를 위한 협의는 비밀 유지가 만남의 전제인 것이 불문율”이라며 “일단 공개매수 가격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주가를 관리해 흥행을 막은 뒤 후일을 도모하겠다는 복안이 아니냐”고 밝혔다.

최 회장 측이 MBK보다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대항공개매수를 하기 위해서는 1조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날 고려아연 주가는 1.63% 하락한 72만 300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아직 공개매수가 66만 원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영풍정밀(036560) 주가도 4.14% 상승한 2만 1400원으로 공개매수가(2만 원) 위로 치솟고 있다.

특히 MBK는 백기사가 거론된다는 사실만으로도 주식 시세에 영향을 주는 소재로 사용될 수 있어 대항공개매수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최 회장뿐 아니라 상대방도 시장 질서 교란 행위 등 법적 논란에 연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MBK는 “일본 소프트뱅크나 베인캐피털이 공개매수로 높아진 가격에 지분을 인수하는 경우, 주가가 회귀함에 따라 주식시장에서 매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짚었다. 최 회장이 경영권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 입장이어서 엑시트(투자금 회수) 방안이 없다는 설명이다.


김기혁 기자·황정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