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취업자 10명 중 1명은 주당 17시간 이하로 일하는 초단기 근로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령화와 일·가정 양립 문화로 인해 고령자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기업이나 개인이 필요할 때 일자리를 구하는 ‘긱 이코노미(gig economy)’의 영향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에 주당 1~17시간씩 일한 초단기 근로자는 286만 9000명으로 조사됐다. 같은 달 기준으로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전체 취업자에서 초단기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9.96%로 늘며 8월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 36시간 미만 단기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54.58%로 동월 기준 가장 높았다.
초단기 근로자가 전체 취업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2014년 8월에는 주 18시간 미만 근로자의 점유율이 5.01%였는데 2018년에는 6.8%로 늘었고 2020년에는 8.39%까지 치솟았다. 올 2월에는 이 비율이 10.28%까지 오르며 사상 최대 수준을 경신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노동시장에서 고령층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일차적인 원인으로 꼽는다. 보통 고령층은 30~50대에 비해 단기간 근로에 나서는 경향이 많다. 정부의 노인 일자리도 하루 근로시간이 대개 3~4시간 수준이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려는 맞벌이 부부 중 단기 근로에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여성과 고령층의 노동시장 참가율이 늘고 일·가정 양립으로 단시간 근로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필요에 따라 단기 임시·계약직으로 근무하는 방식의 ‘긱 이코노미’가 활성화하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들어 본인이 원할 때만 일하고 여가를 즐기는 이들이 늘고 있다”며 “긱 이코노미 활성화가 초단기 근로자 증가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다만 단기·초단기 근로자 위주로 취업자가 증가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나온다. 최근 경기가 어려운 영세 기업들을 중심으로 초단기 근로자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영업자와 영세 소상공인들이 비용 절감 목적으로 일자리 쪼개기에 나서면서 초단기 근로자가 늘어났을 가능성이 있다”며 “영세 사업장 중심으로 일자리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관계자는 “단기간 근로자의 일자리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