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벌집

문정희





벌집을 들여다본 일이 있는가.



구멍마다 허공이 담긴

그 집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사랑은 모텔에서

프로포즈는 이벤트로

아이는 시험관으로

장례는 땡처리하듯 화장으로

또는 배 밑으로 밀어 넣는 뼈 시린 수장(水葬)!



티브이와 왕따와 듣보잡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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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까지 쳐들어오는 흙탕물을 나눠 마시며

어디로 가는 것인가.

살처분하고 남은 닭과 돼지와 오리를

퀵 배달로 시켜 먹고

구멍마다 허공이 담긴

그 집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정체 모를 기형의 벌들이

꿀 대신 독을 물어 나르며

붕붕거리고 있는가.

글쎄 그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보리밭과 뽕나무밭 대신 모텔을 지었는데. 오해하기 좋은 눈짓 대신 촛불과 풍선으로 이벤트를 마련했는데. 어떻게든 대를 이어보려고 시험관을 빌렸는데. 조문객들 불편할세라 상조회 불렀는데. 앉아서 천 리 보려고 티브이 발명하고, 촘촘한 학교 감시 카메라가 미치지 않는 자유를 주었는데. 녹색혁명과 현대식 축산으로 80억 인구가 너끈히 살게 되었는데. 합리적 근대 이성으로 최고의 문명을 구축하고 있는데. 왜 구멍마다 자꾸 허공이 담기고, 눈 뜨고도 못 본 척하는 검은 코끼리들이 우글대고 있는 걸까?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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