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신세계(004170)가 미국의 물리적 인공지능(physical AI) 스타트업에 신규 투자를 단행했다. 해당 기업이 보유한 AI 기술을 활용해 이마트(139480) 등 소매 판매 공간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유통 효율성을 높이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산하 해외투자법인 ‘퍼시픽 얼라이언스 벤처스’는 최근 버틀러(Butlr)에 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버틀러가 지난 달 시리즈B 펀딩 라운드로 3800만 달러(약 500억 원)을 조달할 때 참여한 것이다. 올해 2월 설립된 퍼시픽 얼라이언스 벤처스는 이마트의 미국 자회사 ‘PK 리테일 홀딩스’ 산하의 해외투자법인으로, 신규 투자를 집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펀딩에는 한국 기업 중 이마트 외에도 GS그룹의 벤처캐피털 GS퓨처스도 참여했다.
이마트는 정용진 회장 주도로 야구단 SSG랜더스, e커머스 G마켓 등 다양한 기업에 투자를 해왔으나 경기 둔화 및 이마트의 실적 부진으로 최근 2년 6개월 간 투자 시계가 멈춰 있었다. 그러다가 이번에 미국에서 다시 투자를 재개한 것이다.
퍼시픽 얼라이언스 벤처스가 투자한 버틀러는 AI 스타트업으로 오프라인 공간 구성 솔루션에 특화돼 있다. 산학협력의 모범으로 꼽히는 MIT 미디어랩 분사 기업으로 센서 형태의 체온 감지 기술과 AI를 결합해 실내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움직이고 공간을 활용하는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이번 투자 라운드에는 캐리어와 퀄컴 등 미국 유명 기업이 참여했고 버틀러의 공간 활용 기술 서비스의 고객으로는 미국의 대표적인 유통사 월마트와 통신사 버라이즌 등이 포함돼 있다.
이마트가 버틀러에 투자한 것도 자사 오프라인 소매 판매 공간을 효율화하고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인 것으로 분석된다. 체온 감지 기술을 통해 실내에서 고객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AI 기술로 파악해 백화점이나 마트의 공간을 재구성해 소비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실제 버틀러는 매장의 레이아웃과 디스플레이 광고가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파악한 결과를 솔루션 서비스로 구성해 월마트를 비롯한 미국 리테일 업체들에 제공하고 있다. 유통업계 전문가는 “국내에서도 CCTV 정보를 활용해 판매 공간을 구성하는 사례가 있다”며 “고객 동선과 상품 진열은 매출과 직결되는 문제라 AI 기술과 빅데이터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투자는 정용진 신세계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퍼시픽 얼라이언스 벤처스의 사무실은 이마트의 미국 사업이 집중돼 있는 캘리포니아주 LA 베벌리힐스에 위치해 있다. 정 회장은 2018년 PK 리테일 홀딩스를 설립하고 약 3000억 원을 들여 미국 슈퍼마켓 체인 ‘굿푸드홀딩스’를 인수하는 등 현지 사업을 챙겨 왔다. 이마트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고객 경험을 고도화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AI 스타트업인 버틀러에 투자를 진행했다”며 “향후에도 온·오프라인 유통업과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혁신적 테크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