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이장이 무면허 상태에서 음주 운전을 하다 90대 노인을 치고 도주한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사고로 피해자는 두 달 가까이 입원치료를 받고 있지만, 가해자인 이장으로부터 어떤 보상이나 사과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충남 예산경찰서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및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무면허 운전) 혐의로 60대 A씨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산 지역 마을 이장 A씨는 지난달 6일 오후 4시23분께 예산 신양면의 한 교차로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하던 중 초록 불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B(84)씨를 치고 현장을 떠났다.
사고 직후 A씨는 차량에서 내려 B씨의 상태를 확인한 뒤, 다시 차에 올라타 현장을 이탈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A씨의 신원을 특정하고 두 시간 만에 자택에서 그를 검거했다.
B씨는 사고로 인해 쇄골 및 치골 골절, 다발성 늑골 골절상 등을 입어 전치 8주 진단을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의사들은 B씨에게 흉벽 기형과 폐 기능 감소가 예상되며, 보행 장애 가능성도 있다는 소견을 내렸다.
음주 측정 결과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면허 정지 수치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전에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전력이 있으며, 이번 사고 당시에는 무면허 상태였다. 이와 더불어 차량 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아 B씨의 병원 입원비와 치료비, 간병비 등은 모두 그의 가족이 온전히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B씨는 여전히 거동이 불가능한 상태이며, 사고 이후 A씨로부터 사과나 피해 보상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전해졌다. B씨의 가족들은 경찰이 사고 발생 이후 7주 동안 가해자 조사를 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B씨의 가족은 “음주에 무면허, 뺑소니, 무보험까지 죄질이 좋지 않은데도 두 달 가까이 가해자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며 토로했다. 그들은 “간병비만으로도 일주일에 100만 원씩 나가는 상황인데, 왜 피해자만 애가 타고 속이 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변호인을 대동해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고, 변호인과 출석 날짜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조사 일정이 지체된 부분이 있다”며 “사안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고 혐의에 대한 증거도 확보해놓은 만큼 신속하게 송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24일 A씨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하고 조만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