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차기 일본 총리를 뽑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67) 전 자민당 간사장이 결선투표 끝에 역전 승리했다. 이시바 당선인은 한일 역사 문제에서 비교적 온건한 목소리를 내온 인사다. 일본 국회는 다음 달 1일 임시국회를 열어 이시바 당선인을 102대 총리로 선출한다.
자민당 선거관리위원회는 27일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진행된 당 총재 선거 결선투표 결과 이시바 전 간사장이 전체 415표 중 215표를 얻어 당선됐다고 발표했다. 2008년 총재 선거에 처음 출마한 후 16년 만이자 다섯 번째 도전 끝에 총재 자리에 오르게 됐다.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해 결선에서 약세가 예상됐던 이시바의 당선을 두고 ‘이변’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일본 언론들은 자민당이 비자금 스캔들 이후 쇄신하려는 모습이 반영된 데다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의 극우 성향이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현재 일본의 최우선 과제로는 경제 활력 회복이 꼽힌다. 차기 정부는 물가와 임금의 동반 상승이라는 ‘선순환’을 이어가면서도 실질적인 경제성장을 이뤄내야 한다.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신임 총재가 “디플레이션 탈피를 확실하게 해나가야 한다”며 “제조업 등 국내 회귀를 통해 고용과 소득 기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한일 관계에 있어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회복시킨 우호 분위기가 유지되는 가운데 소재·부품·장비 등 공급망 협력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시바 당선인은 2019년 아베 신조 전 내각이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경제 보복에 나섰을 당시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결코 기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내년에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만큼 양국 간 안보 협력도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후 발전시켜 온 한미일 협력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어 3각 협력 틀에서 양국 관계 발전을 도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차기 리더십의 등장에 시장도 민감하게 움직였다. 금리 인상과 점진적인 엔화 강세를 지지하는 이시바의 당선이 확정되자 엔화 가치는 달러당 142엔대로 ‘강세’ 전환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이날 이시바 전 간사장의 당선 소식에 “새로 출범하는 일본 내각과 긴밀히 소통하고 계속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한일 양국은 자유·인권·법치의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 경제, 글로벌 어젠다에서 공동 이익을 추구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이자 협력 파트너”라며 “정부는 양국이 전향적인 자세로 미래 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