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업 체감경기 악화…낙관론 접고 정교한 회복 처방 서둘러라


국내 기업들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지표가 석 달 연속으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9월 전 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1.3포인트 낮은 91.2로 집계됐다. 전 산업 CBSI는 올 7월 다섯 달 만에 하락 전환한 뒤 8월 92.5에 이어 석 달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산업별로 제조업 CBSI는 90.9로 전월보다 1.9포인트 하락했고 비제조업 CBSI는 91.4로 0.8포인트 떨어졌다. 한은은 미국과 중국의 경기 침체 우려 탓에 제조업·비제조업의 체감경기가 나빠졌다고 진단했다.



기업 체감경기가 악화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경기 낙관론에 집착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기자회견에서 “우리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가계 실질 국내 소비지출은 지난해 3분기에 전년 대비 0.4% 감소한 뒤 올해 2분기까지 4개 분기째 마이너스와 0%대를 오가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길게 내수 둔화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근거 없는 낙관만은 아니다”라며 정부의 경기 낙관론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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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진단이 틀리면 올바른 정책 처방을 내릴 수 없어 큰 부작용을 부를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미국이 지난주 기준금리를 5.25~5.50%에서 4.75~5.00%로 0.5%포인트 내리는 ‘빅컷’을 단행한 것은 ‘경기 둔화 조짐’ 진단의 결과였다. 중국은 27일 침체에 빠진 내수를 살리기 위해 중국 최대 휴가 기간인 국경절 연휴(10월 1∼7일)를 목전에 두고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낮췄다. 미국·중국보다 경기 둔화 우려가 더 깊은 우리도 비현실적 낙관론을 접고 경기 회복을 위한 정교한 처방에 나서야 할 때다. 내수 침체로 음식·숙박업의 실질 지출이 2년째 감소해 자영업자들이 줄도산하는 참상을 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집값 급등, 가계대출 급증 등 불안 요인을 철저히 관리하면서 통화정책 전환을 위한 정지 작업을 신속하게 실행해야 한다. 그래야 한은이 경제 활성화를 위한 금리 인하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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