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한 갑씩 30년 이상 담배를 피운 사람은 패혈증이 발생할 위험이 비흡연자보다 1.34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상훈·이경화·이은화 강남세브란스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한경도 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09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정기 건강검진에 참여한 성인 388만 1958명을 10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연관성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팀은 한 번도 담배를 피운 적 없는 비흡연자 234만 2841명과 흡연 경험이 있지만 현재 중단한 과거 흡연자 53만 9850명, 현재 흡연자 99만 9267명으로 나눠 흡연량과 흡연 기간, 패혈증 발생 위험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이 과정에서 나이, 성별, 체질량지수(BMI), 알코올 섭취 등 패혈증 위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조건을 보정하고 단순 흡연 지속 기간과 패혈증 발생의 상관성을 따졌다.
그 결과 현재 흡연 여부와 관계없이 흡연 기간이 길고 누적 흡연량이 많아질수록 패혈증 발생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흡연자 집단을 기준으로 삼았을 때 흡연자 중에서도 흡연 30갑년 이상인 경우 패혈증이 발생할 위험이 1.34배로 집계됐다. 갑년은 하루 평균 담배소비량에 흡연 기간을 곱한 값이다. 30갑년은 담배를 매일 1갑씩 30년을 피웠음을 의미한다. 하루에 2갑씩 15년 또는 하루에 반 갑씩 60년을 피워도 30 갑년이다.
흡연 기간에 따른 위험도를 살펴보면 10갑년 미만 흡연자는 1.10배, 10∼20갑년 미만 흡연자는 1.16배, 20∼30갑년 미만 흡연자는 1.19배의 순으로 패혈증 위험도가 높아졌다. 패혈증은 미생물 등 감염에 의해 전신에서 염증반응이 일어나고 주요 장기의 기능부전이 빠르게 진행되는 질환으로 국내 10대 사망원인이다. 30일간 입원한 패혈증 환자 중 25~30%가 사망할 정도로 치명률이 높다.
이번 연구는 환자가 지니고 있던 만성질환이나 생활 습관과 무관하게 흡연 자체가 패혈증 발생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위험요소임을 증명했다.
한 교수는 “만성질환 유·무 또는 생활 습관과 무관하게 흡연 자체가 패혈증 발생을 높이며 흡연 유지 기간과 흡연량에 비례해 위험도 역시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금 금연 중이라도 30갑년 이상 흡연을 유지했고 65세가 넘었다면 패혈증 발생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이어 “사회적으로 꾸준한 금연 정책을 펼쳐 국민 건강을 증진하고 불필요한 사회적 경비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역학 및 국제 보건 학회지’(Journal of Epidemiology and Global Health)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