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을 둘러싼 고려아연과 영풍 간 갈등이 울산 온산에 위치한 철도 ‘온산선’ 폐선 추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온산선은 영풍과 에쓰오일이 하루 두 차례 각각 황산과 유류를 수송하는데 그치고 있다. 경영권 분쟁에서 영풍이 이길 경우 황산 수송이 계속돼 온산선 기능이 유지되지만, 고려아연이 경영권을 지킬 경우 온산선 수송량이 절반으로 줄어 기능이 크게 약화되기 때문이다.
29일 울산 울주군 등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6월 말, 영풍 석포제련소를 오가는 황산 취급 대행 계약을 종료했다. 하지만 영풍 측은 계속 황산을 취급해 달라며 고려아연을 상대로 거래거절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이 사안은 영풍과 고려아연이 등을 돌린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영풍은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에서 나온 황산을 영동선과 중앙선, 동해선, 온산선을 거쳐 300㎞ 떨어진 울산으로 보내고 있다. 문제가 되는 곳은 울주군 온산역과 남창역을 잇는 길이 8.6㎞ 온산선이다. 단선 철로인 온산선은 1970년대 후반 온산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입주 기업들의 핵심적인 수송망 역할을 하고 있다.
문제는 온산선이 온양읍 중심 시가지를 관통한다는 점이다. 온산선이 지나는 철도 건널목은 심한 병목 현상을 보이고 있다. 철도 양쪽으로 신도시가 형성되면서 도로가 확장되고 있지만, 국가철도공단은 열차 사고 위험을 들어 건널목 구간 확장을 반대하고 있다. 위험물질인 황산이 주민들 사이로 지나고 있어 불안감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온양·온산읍 주민들이 주축이 된 온산선폐지공동추진위원회는 지속으로 폐선을 요구하고 있으며, 지난달 12일엔 대전에 위치한 한국철도공사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지역 주민들은 황산 수송이 중단될 경우 온산선 폐지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갑작스런 경영권 다툼이 발생하면서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단체 한 회원은 “온산선 폐지가 눈앞에 온 줄 알았는데, 이번 경영권 분쟁 결과에 따라 온산선이 계속 달릴 수도 있어 주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철도공단은 조만간 제5차 국가 철도망 구축 계획에 온산선 폐지를 반영할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