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가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신임 총재의 경제 정책에 대한 경계감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30일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평균 225지수(이하 닛케이평균)는 전 주말 대비 711.73엔 하락한 3만9117.83엔으로 장을 시작했다. 장 시작과 함께 낙폭을 키운 주가는 한때 3만7900엔대까지 떨어지며 4% 넘게 하락했다. 이는 장중 기준 25일 이후 최저치다.
이날 하락은 지난 27일 거래 시간 종료 후 자민당 신임 총재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선출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신임 총재는 선거 전 금융 소득 과세 강화와 법인세 인상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에 주식 시장에서는 차기 총리가 될 이시바의 경제 정책에 대한 경계감이 고조되고 있다. 27일 총재 선거 당일 닛케이 평균 선물 야간 거래에선 차기 총리가 될 이시바 당선인의 과세 강화 우려로 일본 주식 매도가 확산했고, 지수가 6% 급락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이날 주식시장 역시 이 같은 우려가 퍼지며 폭넓은 종목에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이날 증시에서는 닛케이 평균 편입 종목의 90% 이상이 하락하는 전면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외환 시장에서 엔화 강세가 진행되며 주가에 더욱 부담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시바 신임 총재는 엔화 약세(엔저) 심화로 인한 물가 상승에 반대하면서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 호의적인 견해를 내비쳐 왔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42엔 대에서 거래되며 전주 주 거래 시간 종가(143.18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엔고가 실적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는 도요타 자동차가 한때 7% 급락했으며 방일 외국인 증가세 둔화가 우려되는 유통주 미쓰코시 이세탄 홀딩스가 13% 하락했다. 도쿄일렉트론과 레이저테크 등 반도체 주식에도 매도세가 이어져 닛케이 평균을 끌어내리고 있다.
이 밖에 금융 완화 지속을 강조했던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담당상의 당선 기대감에 26~27일 이틀간 올랐던 증시가 다시 하락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시바시 다카유키 골드만삭스증권 부사장은 "이시바 신임 총재가 선거 때 제시한 정책의 궤도를 수정하고는 있지만, 금융소득 과세 등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이시바 차기 총리의 정책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일본 주식의 포지션을 축소하는 움직임이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스라엘-헤즈볼라 충돌에 따른) 중동 정세의 긴장 고조도 주가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